[책마을] 위기의 기업 되살리려면 직원 행복 추구해야

입력 2018-01-25 19:22  

인덕경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 닛케이톱리더 엮음 / 장수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96쪽│1만5000원



[ 최종석 기자 ] 일본 지바현의 히라노상사는 자동판매기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중소기업이다. 히라노 요즈카즈 사장은 직원 75명을 데리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출을 15억엔까지 늘렸지만 회사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불안함을 이기려고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들었고 통신사업도 계획했다. 문제는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고 있는 점이었다.

히라노 사장은 경영 멘토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나모리는 글로벌 기업 교세라와 일본 제2 통신회사 KDDI를 창업하고 일본항공(JAL)을 회생시킨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이다. 그는 히라노 사장에게 “나의 행복이 아니라 직원의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히라노 사장은 계획성 없이 꾸려오던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먼저 이나모리 회장의 트레이드마크인 ‘아메바 경영’을 적용했다. 아메바 경영은 조직을 기능별로 세분화하고, 그 세분화된 조직마다 책임을 맡을 리더를 능동적인 사업가로 키우는 것이다. 그는 영업소들을 독립된 아메바로 설정해 수익 증대를 위해 경쟁토록 했고, 자판기 상품 조합과 배달 경로를 다시 짜는 권한을 줬다. 아메바 경영이 정착되면서 회사 수익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사장은 복리후생을 대폭 확충할 수 있었다.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철학은 ‘인(人)·덕(德)·경(經)’으로 요약된다. 경영자는 직원을 우선하고 중시해야 하며, 경영자 자신은 절제와 덕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 경영철학은 1983년부터 이나모리 회장이 만든 경영 공부 모임인 ‘세이와주쿠’를 통해 수많은 중소기업 경영자에게 전파되고 있다. 《인덕경》은 위기 상황에서 이나모리 회장의 인·덕·경을 실천해 기사회생한 7명의 중소기업 경영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의 중고서적 판매점인 북오프의 창업자 사카모토 다카시는 헌책방의 낡은 이미지를 털어내고 밝고 넓은 인테리어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2005년에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매출 부풀리기를 해왔다는 비리가 폭로되면서 사카모토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부덕의 소치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깨닫고 ‘경영자는 우선 자신의 마음을 닦으라’는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 지침을 마음에 새겼다. 새로운 사업으로 음식기업을 창업한 그는 요리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했다. 사업욕이 왕성했던 그는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그 욕망을 활용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일본 규슈 최대 페인트 전문 상사인 니시이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글로벌 자동차 기업 닛산에 의존하는 회사였다. 경영이 어려워진 닛산이 공장을 폐쇄하면서 거래가 끊기자 일거리를 잃고 말았다. 니시이 가즈후미 사장은 직원들에게 눈물로 호소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모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성심을 다해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어 가라’는 인·덕·경 정신을 전파했다. 사장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직원들은 이전보다 더욱 맹렬하게 일하기 시작했다. 이익률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고수익 전락을 택했다. 이후 매출은 줄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나모리의 인·덕·경은 경영과 도덕이란 두 명제의 공존을 강조한다. 경영자 개인이 바른 인성으로 직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어내면 직원들은 ‘최대 매출, 최소 비용’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경영자의 철학을 실천해 나간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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