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건설경기 호황에 '금값' 된 모래

입력 2018-01-25 19:52  

셰일오일 '개발 붐' 여파 겹쳐
모래 가격도 1년간 30% 급등



[ 이설 기자 ] 미국 전역이 모래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서부 지역의 건설호황 때문이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셰일오일 개발붐도 모래 부족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25일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특정 지역에서 가동 중인 크레인 수를 지수화한 크레인지수는 미국 서부에서 뚜렷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동부 지역 대표 도시 뉴욕의 크레인지수는 18, 워싱턴DC는 20이었다. 서부 해안지역에 있는 시애틀, 로스앤젤레스(LA), 포틀랜드는 크레인지수가 각각 58, 36, 32로 나타났다. 서부 도시의 크레인지수가 이처럼 높은 것은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 등지의 호경기로 건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NHK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LA에 본사나 사무실을 두려는 기업이 계속 늘고 있다.

건설 경기 활성화는 모래 부족 현상을 초래했다. 모래는 빌딩 건설에 들어가는 콘크리트의 재료다. 환경보호의식이 높아지면서 해안이나 산을 허물어 천연 모래를 채굴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새로운 모래 공급처로는 캐나다가 주목받고 있다. NHK는 “캐나다 서해안 밴쿠버에서 500㎞ 떨어진 거대한 모래 채굴장에서 나온 모래가 캘리포니아주 빌딩 건설현장에서 쓰인다”고 전했다. 이곳에서는 대형 중장비 일곱 대가 하루에 약 2만t의 모래를 채취한다. 이 채취업체의 모래 판매가는 지난 1년간 30% 이상 올랐다.

셰일오일 개발붐도 모래 부족의 한 요인이다. 셰일오일을 채굴하려면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셰일층에 초고압으로 물을 집어넣어 틈을 만든 뒤 원유를 빼내야 한다. 이때 생겨난 틈이 막히지 않게 하기 위해선 상당량의 모래를 부어야 한다. 최근 유가가 상승세를 타자 그동안 유가 하락으로 채산이 맞지 않아 사업을 접었던 셰일업자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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