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악화 땐 열·두통 동반
"평소 면역력 관리가 최선"
[ 임유 기자 ] 대상포진은 몸에 띠 모양으로 발진과 물집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대상포진 환자의 42%가 극심한 통증을 경험한다. 대상포진 통증이 출산이나 말기 암보다 더 심하다는 연구도 있다. 대상포진 환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 수는 2012년 57만7157명에서 2016년 69만1339명으로 4년 동안 약 12만 명 늘었다. 환자 중 70%가 50세 이상이다.
면역력은 대상포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내외 온도차가 커져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겨울에 환자가 많은 이유다. 과거 수두를 앓았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은 수두 바이러스가 몸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신경세포의 집합인 신경절에 잠복한 바이러스는 노쇠,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몸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활성화해 신경을 파괴하고 발진과 물집을 일으킨다.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병이라기보다 신경계 질환이다. 바이러스가 몸의 신경을 따라 증식하기 때문이다.
발진과 물집이 생기기 2~10일 전부터 특정 부위에 화끈거림, 따끔함, 가려움 등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피부에 발진이나 물집이 보이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파스를 붙이거나 디스크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가볍던 통증이 점차 심해지면서 붉은 발진이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열과 두통도 동반한다. 발진은 물집으로 변해 약 2주 동안 지속된다. 대상포진이 얼굴에 생기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시신경을 타고 바이러스가 퍼지면 각막염, 결막염, 망막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귀 부위의 대상포진은 이명, 난청, 안면마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대상포진은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 소염제로 치료한다. 통증 조절, 바이러스 확산 차단, 합병증 예방 및 최소화에 중점을 두고 치료가 이뤄진다. 피부 발진이 나타난 뒤 3일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병변이 빨리 가라앉고 통증 기간이 단축된다. 일반적으로 한 달이면 치료 가능하지만 발병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신경이 많이 손상됐거나 나이가 많아 신경 재생 능력이 약화하면 피부 병변이 사라져도 통증이 석 달 이상 계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시달릴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일반 진통제로 완화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윤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이 심할 경우 마약성 진통제와 신경차단술을 선택한다”며 “지속적으로 카테터(고무 또는 금속 재질의 가는 관)를 삽입하거나 전기 자극으로 통증을 줄이는 척수신경자극기를 사용해야 하는 난치성 통증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예방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평소 건강을 관리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게 좋다. 50~60대 이상 성인은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 것도 방법이다. 이동훈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백신은 고령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률을 절반으로 낮추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걸릴 확률도 60% 이상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 백신은 아직 의료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다. 1회 접종에 16만~20만원이다. 가까운 내과나 통증 전문 의원에서 접종할 수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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