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영세 관광업체 '최저임금 한파'… "업계 현실 파악 못해"

입력 2018-01-28 15:17   수정 2018-01-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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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주재 간담회서 토로


[ 이선우 기자 ] 영세한 기업이 많은 관광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 호텔 등의 업종별 특성과 고용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가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광업계 현황 점검 및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지만 최소한의 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주무부처의 무책임한 태도에 관광업계가 큰 실망감만 안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나종민 문체부 제1차관이 주재한 간담회에는 관광협회중앙회, 여행업협회,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협회, 호텔업협회, PCO(국제회의전문기획사)협회, 카지노업관광협회, 공연관광협회, 휴양콘도미니엄경영협회, 종합유원시설협회 등 관광분야 9곳의 업종별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여행업과 호텔업 등 업종별 고용형태와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근본적 취지와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높은 마이스와 PCO, 공연관광, 유원시설 등 몇몇 분야에선 기업의 부담이 예상보다도 훨씬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종별 단체 관계자는 “간담회 내내 문체부가 업종별로 서로 상이한 고용시장의 현황과 특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배포한 간담회 결과를 살펴 본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관련 협회로부터 간담회와 관련해 사전에 현황 조사나 의견을 제출하라는 어떤 요청도 받지 못했다”며 “주무 부처조차 관광업계의 현실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간담회가 주무 부처와 업계 간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리는 면피용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호텔과 여행사 등 업종별로 부담이 다른 만큼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행업만 해도 아웃바운드 여행사는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외래 관광객 감소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졌다. 시간외 근무 비중이 높은 호텔과 콘도미니엄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다른 업종보다 최소 3~4배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1~2개월 단위 단기 근로자 채용 수요가 높은 마이스와 PCO, 공연관광업계에선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이전보다 최소 30~35%는 낮아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인바운드전문여행사 대표는 “최저임금이 인상된 상황에서 적어도 문체부는 업종별 맞춤형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주무 부처도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3조원을 투입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책도 허울만 좋은 보여주기식 대책이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황성운 문체부 대변인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 업계의 의견을 듣고 있지만 현재로선 관광진흥기금을 활용한 융자지원이나 일자리 안정자금 외에는 별도 대책이 없다”며 “필요하다면 업종별 고용 형태와 인건비 부담 증가 등 업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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