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변화 하루 단위로 생산에 반영
3일결정서 1일로 단축 10년 걸려
수시로 바뀌는 고객 수요 맞춰
생산량 조절 기간 획기적 단축
재고 줄이고 공급 시간 짧아져
유통사마다 다른 케이스·포장
30분~1시간마다 공급 받고
모바일AP·핵심 모듈은 범용화
[ 노경목 기자 ] 삼성전자가 무선사업부 공장의 현장 수요 대응 기간을 종전 사흘에서 하루로 줄였다. 세계 각국 통신회사와 유통업체가 스마트폰 수요를 줄이거나 늘리면 다음날 생산에 바로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품 조달에서 재고 처리에 이르는 제품 전 과정을 하루 단위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회사의 관리능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삼성은 이 같은 관리시스템을 ‘공급망관리(SCM) 1일 결정체제’라고 부르고 있다. 결정 기간이 짧아질수록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2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해부터 ‘1일 결정체제’를 도입하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모든 주력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TV와 생활가전은 ‘2일 결정체제’를 확립하고 있다. 주로 중장기 부품수요에 대응하는 반도체 사업부문은 이 같은 단기 결정체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력 스마트폰에 초단기 공급망관리(SCM) 혁신을 단행한 것은 세계 소비재 가운데 제품 수명이 가장 짧은 것이 휴대폰이기 때문이다. 2008년 도입한 3일 결정체제는 10년 만에 하루로 단축됐다.
◆맥도날드와 어떻게 다른가
생산량이 수요보다 많으면 팔고 남은 제품이 판매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만큼 생산에 들어간 돈이 묶이고, 이를 쌓아 두기 위한 창고·물류비용도 치러야 한다.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가격이 떨어지는 속성이 있어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게 돼 있다.
하지만 누구나 1일 결정체제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수요 예측과 공장의 생산 및 부품 조달 속도 등 회사 전체 관리역량이 최적화돼 있어야 한다. 해당 시스템 전반을 관리하는 SCM이 ‘종합예술’로 불리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SCM 최적화를 위해 노력해 지금은 세계에서 SCM이 가장 강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세계 500대 기업의 SCM을 평가해 지난해 5월 발표한 ‘SCM 톱(top) 25’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16년 재고회전비율은 15.1배로 평가 대상 기업 중 2위에 올랐다. 재고회전비율은 전체 제품 판매량을 평균 재고량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수요에 따른 공급 조정이 빨랐다는 의미다. 1위는 미국의 맥도날드로 제품 재료의 수가 적고 단순해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과는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민정웅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SCM의 개념이 정립된 것이 1990년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SCM의 최선도 기업”이라며 “스마트폰만 해도 수백 개 모델을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1일 생산체제를 구축했다는 것은 제조업체로서 SCM 효율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혁신의 비결은
삼성전자는 결정체제 기간을 줄이기 위해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한 부품 공급 생태계부터 손봤다. 생산량이 날마다 바뀌는 가운데 부품이 많이 공급되면 재고 부품 관리비가 늘고, 부족하면 필요한 만큼 제품을 제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통신사 및 유통업체마다 다른 케이스와 제품 포장 상자를 30분~1시간 단위로 공급받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특정 모델의 수요가 당일 아침에 바뀌는 것을 알게 된 시점으로부터 빠르면 30분에 해당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또 생산에 제법 시일이 필요해 시간 단위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없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카메라 모듈 등 핵심 부품은 여러 모델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범용화했다는 설명이다. 특정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수요가 갑자기 줄더라도 다른 모델에 사용이 가능해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바탕으로 시스템적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도 SCM 혁신을 가능케 했다. 삼성전자는 특정 국가에서 특정 모델의 수요가 갑자기 늘면 한국과 중국, 인도, 베트남, 브라질 등 다섯 곳의 스마트폰 공장 중 어디에서 생산량을 늘려 어떤 경로로 제품을 공급할지를 자동으로 결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는 모듈화 확대를 통해 생산시간을 단축했다. 공장당 생산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예상치 않게 늘어난 제품 수요를 공장들이 쉽게 맞출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에서 일부 모델은 아직 2일 결정체제로 생산되는 것도 모듈화에 따른 생산효율성 향상에 모델마다 편차가 있어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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