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한국은 지난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100명 중 14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뜻이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한국 사회가 늙어가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인은 ‘버거운 존재’ ‘짊어지고 부양해야 하는 세대’라는 인식 탓이다.
《카모메 식당》의 저자 무레 요코의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이봄)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깬다. 마흔 살의 작가가 아흔 살의 외할머니를 관찰해 저자 특유의 귀여운 필체로 적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의 주인공 ‘모모요’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차고 독립적이다. 80세까지 공장에서 일하며 독립적으로 지내던 모모요는 일을 그만두고 난 뒤 집에만 있는 것이 갑갑해지자 ‘도쿄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사 버스에 몸만 실으면 되는 패키지여행이나 자식에게 의지하는 여행을 거부한 그는 스스로 ‘도쿄 버킷리스트’를 준비한다. 호텔에서 혼자 자기, 우에노 동물원에서 판다 보기, 도쿄 돔 견학, 도쿄 디즈니랜드 활보하기, 할머니의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 등이다. ‘할머니의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만 빼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버킷리스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은 모모요를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그의 여행기는 ‘노인은 약하고 돌봐야 할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디즈니랜드에서도 젊은이들이 무서워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노인들은 황궁이나 신사를 많이 찾는다”는 관광안내소 직원의 말에 “그런 것 봐서 뭐하게, 빨리 도쿄 돔이나 찾아줘요”라며 버럭 화를 낸다. 백화점에 가서도 “노인을 위한 옷은 왜 죄다 어두운 옷뿐이냐”며 투덜거린다. 손자들의 재롱이나 만끽하는 대신 스스로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추구하며 즐기는 모모요의 모습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웃음 짓게 한다.
일본이 갓 고령사회로 진입하던 1995년에 출간된 이 책은 ‘나는 어떤 노년을 보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흔 살 노년을 인생의 가장 빛나는 때로 묘사한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어쩌면 아흔 살 모모요보다 더 노인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반성하게 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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