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에 없던 탕비실서 발화"… 불법 증축이 화 불렀나

입력 2018-01-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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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세종병원 참사 커진 이유

전기단락·접촉불량 원인인 듯
스프링클러·방화문도 없어
유독가스 순식간에 확산
일부 환자 손발 묶여있기도

교황청도 애도 성명 발표
정부, 특별교부세 10억 지원



[ 박상용 기자 ]
희생자 38명이 발생한 지난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원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감식 결과 불씨가 시작된 곳으로 지목된 1층 응급실 내 탕비실은 설계도면에도 없는 불법개조 공간이었다. 스프링클러는 물론 1층에는 방화문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런 탓에 1층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덮쳤다. 게다가 일부 환자는 낙상 예방 등의 이유로 침대에 묶여 있어 구조가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문제로 발화… 곳곳에 불법증축

28일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에 따르면 불은 병원 1층 응급실에 있는 탕비실 천장에서 시작됐다. 천장 안쪽에 설치된 전선에서 전기 단락이나 접촉 불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기 단락과 접촉불량은 전선이 낡았을 때 주로 생기는 현상이다. 단락은 서로 다른 극의 전선이 맞닿으면서 섬광과 폭발음이 나는 현상이다. 피복이 벗겨진 선들이 접촉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접촉불량은 전선과 단자의 접속력이 떨어지면서 접속부에 발열이 나는 현상이다.

수사본부는 불씨가 시작된 탕비실이 불법 구조변경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조변경이 없었다면 문제가 발생한 전선이 설치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지, 설치상 문제는 없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불법증축은 병원 곳곳에서 발견됐다. 밀양시에 따르면 세종병원 내 불법증축 규모는 147.04㎡로 병원 연면적(1489㎡)의 10%에 달했다. 별도 건물인 장례식장(20.46㎡)과 부속건물(56.38㎡)을 포함하면 불법증축 규모는 284.53㎡였다. 밀양시는 2012년 병원 측에 시정명령과 함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고, 병원 측은 올해까지 3000만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문 없었다” 유독가스 급속 유입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병원은 관련법상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지만 허술한 법 규정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7일 현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스프링클러 같은 화재 방재시설 기준을 면적이 아닌 건물 이용자의 특성에 맞춰 적용해야 할 것 같다”며 “건물주 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 등의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방화문도 문제였다. 병원 2~4층에는 양쪽 비상출입구에 방화문이 있지만 1층에는 방화문이 없었다. 이 때문에 굴뚝을 타고 연기가 올라가듯 유독가스가 2층 이상으로 급속히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환자 10여 명은 화재 발생 당시 병상에 손발이 묶여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진이 치료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환자를 고정해둔 것이지만 막상 사고가 나면서 악재로 작용했다.

28일 밀양문화체육센터 합동분향소에는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해외에서도 애도 메시지가 전달됐다. 교황청은 지난 26일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명의로 발표한 애도 성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의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명 피해가 난 것에 깊이 슬퍼하며, 이번 비극의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 진심 어린 연대를 표현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밀양시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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