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 29초영화제 시상식] "춥기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게 아니라 춥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걸 찾았다"

입력 2018-01-28 19:52  

주요 수상작 소개


[ 양병훈 기자 ]
스키와 스노보드는 짜릿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스포츠다. 지난 27일 시상식이 열린 ‘제1회 하이원 29초영화제’에는 이런 특징이 반영돼 겨울스포츠 애호가들의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강조한 작품이 많이 출품됐다.

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정유진 감독의 ‘청춘보더’도 그런 작품이다. 영상이 시작되면 한 청년이 스키장에서 신나게 스노보드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청년이 활강을 마치고 고글을 벗자 눈에 보이는 건 스키장이 아니라 방에 걸린 스키장 달력. 청년은 머리에 썼던 가상현실(VR) 기기를 내려놓으며 푸념한다. “그 맛이 안 나네. 오늘만 스키장에 갈까….” 그러나 곧 마음을 바꾼다. “스키장은 무슨. 내일 또 면접인데.” 이 청년이 스키장 가는 걸 포기하고 침대에 눕는다. 그러자 ‘신입사원 공채 합격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온다. 이 청년은 문자를 본 뒤 스키장에 가기 위해 번개같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 감독은 강원랜드사장상과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청소년부 우수상을 받은 강찬호 감독의 ‘겨울이기에 즐길 수 있는 것’도 돋보였다. 흐린 날 도심의 붐비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 흐르며 한 청년이 독백한다. “날이 좋지 않았기에, 날이 추웠기에, 밖으론 나가지도 못했기에, 심심하고 심심했다.” 흐르는 음악도 우울해 영상과 독백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러나 이 청년은 곧 발상의 전환을 한다. 춥기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게 아니라 춥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그는 스키장에 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겨울이기에 즐길 수 있는 것. 하얀 눈. 스키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청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짐을 챙긴 뒤 스키장에 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선다. 강 감독은 강원랜드사장상과 상금 100만원을 차지했다.

‘워킹맘의 도전’으로 일반부 장려상을 받은 오율 감독은 이날 시상식장에 13개월 된 아이와 함께 와 눈길을 끌었다. 이 영상은 워킹맘이 스키를 타며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을 그렸다. 영상에는 시상식장에 함께 온 아이도 나온다. 오 감독은 한국경제신문사장상과 액션캠(신체나 장비 등에 부착한 상태에서 촬영하는 초소형 캠코더)을 부상으로 받았다.

정선=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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