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동 기자 ] “어느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없다.” 올리버 웬델 홈스라는 유명한 미국 대법관이 남긴 말이다. 법조인이 한 말이지만 이것보다 경제학의 기초인 희소성을 더 잘 표현한 말을 찾기 어렵다.
경제학에서 희소성은 ‘절대적인 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현재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원한다는 뜻을 갖는다. 즉 인간 개개인은 수많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욕망을 모두 충족할 만큼 충분한 경제적 자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토머스 소웰 같은 경제학자는 “경제학은 대체적 용도를 가진 희소자원의 사용에 대한 연구다”라고 경제학을 정의하기도 한다.
희소성은 인류 역사 내내 문제를 일으켰다. 희소성이 없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산업혁명 이전에 살았던 원시인들은 모자란 것이 없는 천국에 살았을까? 사실은 정반대다. 그들은 가뭄, 홍수, 부족 간 전쟁 등으로 굶거나 일찍 죽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그나마 나아졌다. 요즘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고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시장과 분업, 교환 덕분에 희소성은 많이 줄었다.
물론 희소성의 법칙은 현재에도 존재한다. 한 개인이 노트북을 사고 싶어 하지만 이전에 사용한 카드 할부 때문에 노트북을 살 수 없다. 경제적 자원이 제한돼 있지 않은 적이 없다.
희소성은 선택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다. 좋은 선택을 함으로써 희소성이 주는 박탈감을 합리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선택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 있다. “인생은 Birth(B)와 Death(D) 사이의 Choice(C)다.” 인생은 희소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선택이라는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치킨을 주문해 먹을까? 피자를 먹을까? 영화를 볼 것인가? 집에서 잠을 잘 것인가?
일상에서 우리는 선택을 두고 고민한다. 물론 경제적 희소성이 없으면 경제적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 선택을 보장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우리는 알게 된다. “진정한 자유는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말은 매우 경제철학적이다.
테샛시험은 희소성과 관련한 문제를 자주 출제한다. 아래 문제는 대표적인 유형이다.
문제 매일 마시는 물보다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유용한 재화일수록 희소하다.
② 희소하지 않은 자원도 존재한다.
③ 희소하지 않지만 유용한 재화도 있다.
④ 재화의 사용 가치가 높을수록 가격도 높아진다.
⑤ 재화의 가격은 자원의 희소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물보다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더 높은 이유는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와 다이아몬드의 희소성 때문이다. 따라서 정답은 ⑤다.
정영동 한경경제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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