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등 공화 정책에 집중한 사이
정치적 기반 '백인 근로자' 이탈
11월 중간선거 패배 가능성
보호무역·反이민 정책 강화
철강·태양광 패널·세탁기까지
줄줄이 수입규제 조치 예고
전방위 제재로 'G2 갈등'도 고조
[ 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년차(지난 20일 취임 1주년)를 맞아 핵심 아젠다에 재빠른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공화당의 전통적 주류층에 어필하는 감세안 등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핵심 지지층(대학 졸업 학위가 없는 백인 근로계층)을 끌어안기 위한 이슈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심상찮은 바닥 민심을 잡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략상의 변화다.
경제지표 좋지만 지지율은 ‘바닥’
경제지표만 보면 트럼프 행정부 1년은 ‘합격점’이다.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4.1%), 2분기 연속 연율 3%대 성장,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주가 등으로 자신감에 차 있다. 규제완화와 감세안 처리로 연 3~4% 성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무슬림 입국 금지 소동,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든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폐지 실패 등 핵심정책의 잇단 추진 실패와 ‘거지소굴(shithole)’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 ‘북한 완전 파괴’ ‘당신 몸매는 아름답다’ 등 말 실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연평균 39%를 유지하고 있다.
가시화되는 핵심 지지층 이탈
최근 이런 콘크리트 같은 지지 기반에 미세한 균열 조짐이 발견되고 있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핵심 지지층의 지지율이 지난해 말 55%로 떨어졌다. 취임 직후 59%에 비해 소폭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들 핵심 지지층의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는 33%에서 40%로 올랐다. 지금은 대체로 지지하지만 언제라도 등을 돌릴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다. 대통령의 실책에 대한 피로감과 반(反)이민정책 등 핵심 아젠다 추진 실패 등의 실망감이 겹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저녁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 중간선거 전망에 관한 ‘충격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가 비중 있게 보고됐다”고 전했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에서 2석, 하원에서 24석을 더 차지하고 있지만 열 달 뒤엔 상황이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세를 뒤집기 위해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정책 등 핵심 지지층이 열광했던 이슈들에서 더 강한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 감세안 통과 직후부터 수입품의 관세 부과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백악관과 내각 장관들이 이를 말리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FT “글로벌 무역전쟁 암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 여부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세이프가드는 수입업자의 불법 행위가 없더라도 수입 자체로 자국 산업이 피해를 봤다고 판단되면 내리는 수량 제한, 관세 부과 등의 수입제한 조치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날 우려가 있어 2002년 이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 규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보복 조치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재를 받기 위해 곧 책상에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연초부터 미국발(發) 글로벌 무역전쟁의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도 ‘강공’이 예상된다. 워싱턴 소식통은 “한국 정부는 농축산물 수입 추가 개방은 절대 없다고 못 박고 있지만 미국은 멕시코 등에서 잃은 농산물 시장을 한국에서 늘리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전략은 한마디로 대외적으로 북핵을 전쟁 없이 잘 관리하면서, 경제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성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라며 “(외교나 통상에서) 보복하거나 마찰을 일으키기보다 윈윈하는 관계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수진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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