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강세는 경제가 건강하다는 방증이지만 요즘 환율 하락은 속도와 폭이 지나치게 빠르고 크다는 점이 문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적잖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연간 2000억~3000억원가량 준다고 본다. 지난 1년 사이 100원가량 떨어졌으니 2조~3조원의 영업이익이 공중으로 날아간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이 10% 떨어지면 수출은 0.54%, 경제성장률은 0.72%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유독 원화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상승률(전월 대비 절상률)은 61개국 중 5위였다. 중국은 18위에 그쳤고 최근 경기가 호조인 일본은 오히려 엔화가치가 떨어져 하락률 5위에 오를 정도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원고(高)’의 배경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나라가 환율을 일정 범위에서 관리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으름장 때문에 거의 환율 방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원고’가 미국의 ‘한국 길들이기’를 반영한 현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외환위기 재연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좀 더 유연하면서도 지혜로운 안보 및 통상 외교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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