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덜컥 서울 강남권 미계약분에 당첨됐습니다. 평생의 운을 다 쓴 것 같아요.”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선 한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경험담이 큰 인기를 끌었다. 가점이 낮아 청약에 번번이 실패했지만 잔여가구(미계약분) 분양을 통해 서울 새 아파트를 마련해서다. 부부가 나란히 휴가를 내고 모델하우스를 찾아가 경쟁자 1500여명을 제치고 5번째로 당첨됐다.
잔여가구 분양은 청약통장 유무, 청약가점, 재당첨제한 규정 등과 관계없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래봐야 수십대 1 경쟁률이다. 확률적으로 수십번 청약하면 한 번은 걸린다. 로또 당첨 확률보다 휠씬 높다. 미계약분을 잡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이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운에만 맡길 수는 없다. 전략을 잘 짜면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신혼부부의 사연에도 작은 전략이 숨어 있다. 건설사 분양소장과 분양대행사, 실전 투자고수들이 말하는 미계약 물량 잡기의 핵심을 정리했다.
◆추첨과 선착순, 어떻게 다른가
분양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미계약 물량 판매 방식은 추첨과 선착순 두 가지로 나뉜다.
추첨이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방문 추첨의 경우 지정 시간 이내 모델하우스에 입장한 이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준 뒤 공개추첨한다. 비교적 최근 시작된 인터넷 추첨은 사전 참여 신청한 이들 가운데서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비공개추첨인 데다 금융결제원이 아닌 시공사가 주관한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의 소지는 있다.
선착순은 말 그대로 ‘먼저 오는 게 임자’다. 대대적으로 알리기보단 상담 때 구매의사가 강했던 방문객 등을 대상으로만 진행하는 편이다. 미리 관심고객으로 등록해 일정 안내를 받아야 한다.
다만 추첨식으로 진행하는 단지와 비교하면 비교적 비인기 단지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줄세우기’식 흥행을 위해 구체적인 잔여가구 규모를 숨기기도 한다. 현장에선 부작용도 나타난다. 선(先)순위는 대부분 전날부터 먼저 줄 서 있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직원들의 몫이다. 이들은 자신이 맡은 자리를 넘기겠다며 수요자들에게 ‘줄값’을 받거나 전매를 알선하기도 한다.
◆모델하우스에 먼저 갈 필요 없다
서울 등 인기지역에선 대부분 추첨식으로 미계약 물량을 판매한다. 당첨된 순서에 따라 동·호수 선택과 계약의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모델하우스에 굳이 먼저 갈 필요가 없다는 게 분양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지정된 시간 안에 입장 대기열에 줄을 서기만 하면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컨대 오전 11시 입장 마감이라면 해당 시간까지 줄을 서는 경우엔 입장 가능하도록 조치하는 편”이라면서 “마감시간에 맞춰 바로 문을 닫는다면 한두 시간 전에 왔지만 대기열이 길어 미처 입장하지 못한 고객들의 항의 때문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한다”고 귀띔했다. 접수부터 추첨까진 두세 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가족을 동원하라
최근 서울에서 잔여가구 분양을 진행한 주요 단지 경쟁률은 1순위 청약 경쟁률에 육박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래미안강남포레스트(잔여가구 추첨 33 대 1·순위 40 대 1)’와 ‘래미안DMC루센티아(잔여 48 대 1·순위 15 대 1)’, ‘영등포뉴타운꿈에그린(잔여 40 대 1·순위 21 대 1 )’, ‘고덕아르테온(잔여 230 대 1·순위 10 대 1)’,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잔여 17 대 1·순위 15 대 1)’ 등의 경쟁률이 높은 편이었다.
추첨 참여는 1인 1건이 원칙이다. 2건 이상 중복 참여하면 무효로 처리한다. 현장에서 전산으로 동일인 여부를 판별해 거른다. 하지만 가족이 총출동해 1인당 1건씩 참여하는 건 가능하다. 많은 가족을 동원할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현장 추첨의 경우 대부분 평일에 진행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의 경우엔 함께 휴가를 내지 않는 한 동반 참여가 불가능하다. 계약명의는 추첨 참여 신청서의 명의로 진행하는 게 원칙이지만 직계 존·비속에 한해 최초 계약 때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모바일뱅킹 이체한도 높여둬야
가족관계증명서 외에도 준비해야 할 게 좀 있다. 추첨 참여 신청을 할 때는 본인의 신분증이 필요하다. 당첨될 경우 계약 과정에선 주민등록등본과 인감도장, 인감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계약금이다. 1000만~5000만원가량의 1차 계약금을 현장에서 바로 납부해야 한다. 당첨 여부를 떠나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수표로만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실은 가상계좌로도 입금할 수 있다. 계약자의 1회·1일 이체한도가 계약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대부분 수표로 안내하는 편이다. 하지만 수표는 분실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모바일뱅킹 이체한도를 확인하고 계약금보다 높게 조정해두는 편이 좋다.
◆로열동·호수 집착 말아야
계약은 당첨 순서대로 진행한다. 5~10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른바 ‘로열동’과 ‘로열층’은 선순위에서 계약할 확률이 높다. 후순위라면 남은 물량 가운데서 계약을 결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좋은 동·호수만 염두에 두고 있다간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우왕좌왕할 수 있다. 계약이 지연되면 다음 순번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처음부터 잔여물량에 대한 1, 2, 3순위를 확실하게 짜둬야 한다.
동·호수마다 분양가도 천차만별이다. 우선순위를 짤 때 세대별 대략적 분양가를 미리 파악해둬야 한다. 당첨되더라도 예산을 초과하는 동·호수만 남았을 때는 포기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
◆아쉽지만…놓치면 다음에
잔여가구 추첨은 분양만큼 꾸준하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인기 아파트여도 미계약 물량이 발생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주요 단지 가운데는 ‘래미안강남포레스트(일반분양 185가구 중 36가구·19%)’와 ‘래미안DMC루센티아(517가구 중 25가구·4%)’, ‘영등포뉴타운꿈에그린(148가구 중 16가구·10%)’, ‘고덕아르테온(1397가구 중 66가구·4%)’,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380가구 중 59가구·15%)’ 등이 추첨으로 잔여가구를 분양했다.
앞으로 일반분양이 예정된 개포주공8단지나 과천 재건축 단지들에서도 10% 내외의 미계약 물량이 나올 것이라는 게 분양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개포8단지는 일반분양 가구수가 1500가구를 넘는 만큼 미계약 물량 규모가 제법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공공분양도 미계약분을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다. LH 관계자는 “공공분양 미계약 물량의 경우 최초엔 계약자격에 제한을 두지만 미계약이 소진되지 않을 경우 제한을 완화한다”며 “LH 홈페이지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다 보면 알짜 단지를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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