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형 기자 ]
오스만 알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은 미래지향적이다. 지금까지의 성취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다. 경영 성과를 주춧돌 삼아 구성원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가려낸 옥석을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있다.
알감디 CEO는 에쓰오일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젊은 리더다. 2015년 아람코 한국법인(AAK) 대표로 부임한 그는 경영 능력과 한국 사회에서의 친화력을 인정받아 1년 만에 에쓰오일 CEO로 발탁됐다. 에쓰오일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 아람코의 해외 자회사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지속적인 투자, 투명경영 면에서 매년 뛰어난 경영 성과를 창출했다. 작년엔 아람코가 뽑은 최우수 계열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도약 원년 선포
알감디 CEO는 “올해는 새로운 에쓰오일로 거듭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정유·석유화학 복합설비인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는 오는 4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알감디 CEO는 완공 때까지 집중력을 발휘해달라고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마지막 1%의 세심한 차이가 명품을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100% 실패를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UC·ODC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에쓰오일은 1976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에쓰오일의 올해 석유화학부문 실적이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해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알감디 CEO는 “아직은 안주할 때가 아니다”며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까지 영업이익 3조원, 시가총액(발행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것) 25조원을 달성해 사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비전 2025’ 구상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조46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지난 2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3조9040억원이다. 영업이익과 시가총액 모두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알감디 CEO는 외부 경영 환경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조직을 혁신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전기차 확산 등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외부 위협에 대응하면서도 기존의 장점과 역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직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주도하는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기술을 활용해 업무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작년 빅데이터팀을 새로 꾸렸고 올해는 실제 프로젝트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생산과 정비, 마케팅, 물류, 연구개발, 인사 등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적극적인 소통경영 나서
알감디 CEO는 “새로운 에쓰오일을 만드는 주인공은 임직원”이라는 신념이 확고하다. 직위를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의견을 듣고 공유한다. 회사 미래를 함께 그리기 위해 소통 창구를 크게 넓혔고, 좋은 생각을 수용하려는 의지도 확고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회사경영 설명회다. 그가 부임 3개월 만인 2016년 12월 도입한 경영설명회는 매년 두 차례 열린다.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회사 경영성과와 전망, 사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소통의 장(場)이다. 서울 본사와 공장, 지방은 물론 해외 판매지사까지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
작년 8월 경영설명회에서 알감디 CEO는 비전 2025 달성을 위해 “높은 목표를 세우고 안주하지 말자”며 에쓰오일의 기본 토대와 기둥이 돼야 할 요건을 ‘3×3 공식’으로 발표했다. 안전과 운영 안정성, 핵심가치로 단단하게 다져진 토대 위에 비전 달성을 위한 3개의 기둥을 세우자는 게 핵심이다.
그는 “3개의 기둥은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잠재력을 발휘하며, 모두 하나돼 참여하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가 회사의 미래 계획을 도출하는 데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알감디 CEO 취임 이후 임원 워크숍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 임원 교육과 유대관계 강화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전략과 중장기 비즈니스 플랜, 조직문화 등을 깊이 있게 논의하는 전략회의로 탈바꿈했다. 작년 1월 취임 후 처음 열린 임원 워크숍에선 직원들에게 받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회사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목표, 핵심 가치를 선정하는 데 집중했다.
올해는 주니어보드(20~30대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차세대 중역회의)가 동참해 의견을 청취하는 등 소통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다. 알감디 CEO의 주도로 출범한 에쓰오일 주니어보드는 각 조직 추천과 지원 과정을 거쳐 선정된 12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젊고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 조직 구조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주제를 탐구하고 소통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알감디 CEO는 얼굴을 마주하는 직접 소통방식을 선호한다. 수시로 본사 직원들과 티타임을 열고, 울산공장과 판매지사, 저유소 등 지방 사업장도 자주 찾는다. 작년 11월 울산공장 가족 체육행사에는 자녀들과 함께 참석해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면 접촉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사내 포털에 CEO 코너를 확대해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 코너에는 알감디 CEO 메시지는 물론 최신 경영 트렌드와 조직문화, 삶에 대한 고찰 등 CEO의 추천 글이 게시된다. 또 직원들의 의견과 질문에 CEO가 댓글을 다는 등 생각을 공유하는 리더로서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한복 입고…한글 이름도
알감디 CEO는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한복 차림으로 새해 시무식을 주재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한식인 된장찌개다. 그는 에쓰오일 대표 취임 직후 ‘오수만’이라는 한글 이름을 지었고, 한국 문화와 경영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수만은 한자로 성 오(吳), 쓰일 수(需), 당길 만(挽)이다. ‘탁월한 지혜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번영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란 뜻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알 감디 CEO는 한국 문화를 익히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 노래를 연습하던 중 멜로디가 간단하고 반복적인 리듬 위주의 아랍 노래와 달리 한국 노래는 멜로디가 다채로워 배우기 어렵다고 호소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주말에는 여섯 살인 막내아들과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둔치에서 연날리기를 즐기는 가장이기도 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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