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윌슨 지음 /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344쪽 / 1만9500원
[ 김희경 기자 ] 지질학자들은 현재의 시대를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른다. 홀로세는 대륙 빙하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1만1700년 전부터 시작됐다. 기후가 좀 더 온화해지면서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땅의 거의 모든 곳으로 퍼져 나가 새롭게 정착한 시기이기도 하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홀로세가 끝나고 새로운 지질시대로 대체됐다고 본다. ‘안트로포세(Anthropocene)’, 즉 ‘인류의 시대’란 뜻의 ‘인류세’다. 인류가 등장한 뒤 지구 환경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지질시대로 묶일 수 없을 만큼 변했다는 관점에서다. 1000여 년 뒤 지질학자들이 지금의 지질을 연구한다면 이전에 볼 수 없던 화학물질이 대량 검출되고 기계 파편, 치명적인 무기들까지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대부분 사라진 것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다. 주로 ‘남은’ 자연을 인간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와 달리 《지구의 절반》은 지표면의 절반을 아예 자연에 위임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저자는 《통섭》 《개미》 《인간 본성에 대하여》 등을 쓴 미국 출신인 세계적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다.
윌슨에 따르면 20만 년 전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엔 연간 100만 종당 약 1종이 사라져 갔다. 그런데 인간 활동의 결과로 전반적인 멸종 속도가 100~1000배 빨라졌다. 인간 활동이 확장될 때마다 개체군의 크기가 줄어드는 종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 보전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멸종률을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 수준에 가깝게 떨어뜨리지는 못했다. 새로운 종의 출현도 급감했다.
그렇다고 꼭 ‘지구의 절반’을 자연에 할애해야 할까. 4분의 1이나 3분의 1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저자는 “지구의 절반이나 그 이상을 보전 구역으로 설정해야만 환경을 이루는 생물을 구하고 우리 자신도 생존에 필요한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넓은 영역을 확보해야만 더 많은 생태계와 종들을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보전 구역이 더 넓어질수록, 그 안에서 살아갈 생명체의 다양성도 높아진다”며 “기존에 나온 많은 연구 결과만 봐도 지표면의 절반을 보전할 때만 종들의 80% 이상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렵기는 해도 판 자체를 바꾸고 큰 목표를 선택해야 한다. 모든 생명을 위해 역경을 무릅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형태의 인간성일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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