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개교 위해 관련법 개정해야
평균연령 36.8세 '젊은 도시'지만
대학 등 교육인프라 부족 ‘심각’
"공무원 역량 강화할 전문교육도 시급"
서울대가 세종시에 캠퍼스 설립을 본격 추진한다. ‘공무원 사관학교’로 불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필두로 5개 전문대학원이 협력해 한해 100명 가량의 전문 행정가를 육성할 계획이다. 서울대가 세종시에 진출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국립행정대학원 유치를 둘러싼 물밑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대는 행정대학원을 비롯해 국제·환경·보건·융합과학기술원 등 총 5개 전문대학원 공동으로 공직인력 재교육을 위한 ‘국가정책 행정 협동과정’ 개설을 추진 중이라고 2일 밝혔다. 5개 전문대학원의 역량을 융합해 내년 개원을 목표로 △공공관리 △정책관리 △규제분석 △공공재정 △안전재난 △협상갈등 △특화정책 △환경정책 △국제정책 △보건정책 △금융정책 △데이터과학정책 △융합과학기술정책 등 13개 전문트랙을 만들고, 석사 80명, 박사 10명 규모의 협동과정을 개설하는 게 이번 계획의 골자다.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은 “5개 전문대학원의 교육 역량을 융합한 협동과정을 만든 것은 행정학 일변도의 기존 교육 프로그램만으론 우수한 공공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올 상반기 예정된 행복도시건설청의 공동캠퍼스 부지(4-2생활권·집현리) 분양에 참가할 계획이다. 약 3만3000㎡(1만평)의 부지를 분양받는 데 60억원, 본격적인 캠퍼스 조성엔 200억원 상당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아직 부지 분양 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몇 년간은 세종시 내 다른 시설에 입주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은 지난 10년 간 추진·무산을 거듭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8~2010년 세종시 조성 계획 수립 단계에서 행복도시건설청(행복청)은 당시엔 법인화하기 전 국립대 지위를 가지고 있던 서울대에 대규모 부지의 무상 제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대는 법인화와 시흥캠퍼스 등 다른 굵직한 현안을 이유로 세종시에 행정대학원 분원을 설립하는 데 미온적이었다. 행정부처 이전 철회를 놓고 벌어진 세종시 수정안 논란도 부담이었다. 수정안이 무산되고, 2011년 법인화 이후에도 여러차례에 걸쳐 분원 설치가 논의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서울대 측은 당시의 선택을 ‘패착’으로 보고 있다. 과천청사 시절 경쟁률 3~4대 1을 기록하며 내로라하는 중앙부처 사무관들도 낙방하기 일쑤였던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행정대학원 측은 야간, 주말에 수업을 열어 세종시 공무원들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마련했지만 9㎞에서 150㎞로 멀어진 물리적 거리의 벽을 넘진 못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관계자는 “세종시로 정부청사가 이전한 후엔 경쟁률이 낮아지고 응시자의 질(質)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종시는 조성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전국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 행정부처 이전으로 1만4000명의 공무원이 세종 정부청사에서 일하고 있다. 2011년까지 8만명에 불과했던 세종시 인구는 2017년 말 28만명으로 6년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평균 연령은 작년 기준 36.8세로 전국 도시 중 가장 낮다.
반면 인근에 서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명문대가 없다. 그나마 고려대 조치원캠퍼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이 있지만 공무원들의 눈높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설립 초기 참여했다면 우수한 공공 인재 육성이란 국가적 과제에 기여하면서도 학교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대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지만 분원 설립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현행법에 따르면 서울대와 같은 수도권 대학이 지방에서 수업을 하려면 학교 부지와 건물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 계획대로라면 서울대 분원이 들어설 공동캠퍼스는 2021년에야 공사가 마무리된다. 공동캠퍼스 입주 이전 서울대 교수들이 세종시에서 현장 강의를 하려면 고등교육법 내 대학설립운영규정이 개정돼야 하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세종시 내 ‘국립행정대학원’ 설립 논의 역시 아직 실체 없이 부처 차원의 검토만 이어지고 있다. 국립행정대학원이 정확히 어떤 형태를 가질 것인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행복청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공동캠퍼스 입주 계획 역시 향후 국립행정대학원 논의에 따라 수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승종 원장은 “형태와 관계 없이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교육과정 설립이 시급하다”며 “학제 간 융합 커리큘럼 개발, 전문 교수인력 확충, 무크(MOOC·공개 온라인 강의) 개발 등 구체적인 컨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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