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팔아 전국 김치명가 돌며 발굴한 명품 유산균

입력 2018-02-02 15:38  



(박근태 IT과학부 기자) 김치맛은 담근 사람마다 다르다고 할 정도로 제각각이다. 김치맛이 다양한 이유는 김치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인 유산균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치에 들어 있는 100가지에 이른 미생물 중 99%는 3~4종의 유산균이 차지한다. 김치 종류에 따라 들어가는 유산균 종류도 다르다. 계절마다 배추나 무 같은 재료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같은 레시피로 담가도 유산균 종류가 달라지면서 맛의 차이가 나게 된다.

대기업 식품 회사들은 김치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안으로 ‘김치 종균’을 사용하고 있다. 김치 종균은 김치의 발효를 주도하는 유산균으로 김치의 맛을 향상시키고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대다수 중소 제조회사들은 자연 발효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 연구진은 중소회사들도 김치맛 품질 유지에 활용할 수 있는 김치 종균 3종을 발굴해 식품원료회사 신우코퍼레이션에 기술 이전했다. 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전국의 김치에서 수집한 김치 유산균은 약 3만1000종에 이른다. 연구진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물론 강원도와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 제주도 등 전국을 돌며 상품 김치와 일반 가정에서 담근 김치에서 유산균을 수집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감칠맛과 산뜻한 맛을 내는 김치에는 공통으로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드(WiKim32·WiKim33), 락토바실루스 쿠르바투스(WiKim38)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김치 종균으로 만들었다. 이들 유산균은 김치의 발효 기간 70% 이상 살아남아 김치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종균을 넣지 않은 김치보다 28일이나 더 고른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

WiKim32와 WiKim33을 첨가한 김치는 종균을 포함하지 않은 김치와 비교해 시원한 맛을 내는 성분인 만니톨을 60~70% 더 생성시켜 김치맛을 좋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iKim38은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항염증 물질(인터루킨-10)을 증가시켜 장질환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종균 3종은 모두 특허 등록을 마쳤다. 신우코퍼레이션은 종균 3종을 만드는 기술을 이전받아 중소 김치 회사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하재호 김치연구소장은 “자체적으로 김치 종균 개발이 어려운 중소 김치 제조업체들도 쉽게 종균을 이용하는 길이 열렸다”며 “중국산 김치에 맞서 국내산 김치의 품질을 차별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끝)/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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