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D-6… 기업 '신기술 올림픽' 막 오른다

입력 2018-02-02 18:28  

삼성·KT 세계 첫 5G 통신
현대차 수소버스·LG 로봇…

LG 로봇이 길안내, 현대 수소차 타고 경기장으로…
선수들 경쟁만큼 뜨거운 기업들 '신기술 경연'

평창은 첨단 'ICT 올림픽'

롯데카드, 웨어러블 선불 결제… 물건 사고 장갑 갖다대면 끝
KT, 세계 첫 5G 시범 서비스… 시속 150㎞ 봅슬레이 경기 '생생'

SKT, LTE 재난안전망 구축
한컴, AI 기반 통·번역 앱 서비스



[ 도병욱 기자 ] 한 외국인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강원 평창행 고속철도(KTX) 승차장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그에게 길을 안내하는 것은 LG전자의 길안내 로봇이다. 평창에 도착한 그는 KT가 개발한 증강현실(AR) 길찾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목적지를 검색한다.

목적지까지의 이동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최첨단 수소전기버스다. 버스에서 내려 기념품 가게에 들른다. 상품을 골라 선불칩이 장착된 장갑을 결제단말기에 대니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10년 후에나 가능할 일 같지만 엿새 뒤부터 평창에서 일상이 될 풍경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국내 기업이 한마음으로 나선 결과다. 기업들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평창올림픽은 한국의 신기술 경연장’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그동안 준비한 최첨단 기술과 서비스 상품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기업들이 ‘올림픽 상술’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효과도 무시할 순 없지만 지원활동의 근간에는 애국심이 자리잡고 있다. 2009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 때부터 기업들은 올림픽의 숨은 공신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건설현장에 보름째 머물고 있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이다. KT와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통신 시범서비스를 선보인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강원 평창 정선 강릉과 서울 일부 지역에서 5G 통신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5G 통신은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데이터 수신 속도가 20배 이상 빠르다.

올림픽 경기 장면을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신기술도 준비되고 있다. KT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최대 시속 150㎞에 달하는 봅슬레이를 직접 타는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100대의 카메라로 선수들의 순간 동작을 포착해 다양한 각도에서 3차원 정지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하는 ‘타임슬라이스’ 기술도 도입된다.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열릴 때면 자신이 원하는 선수의 경기 영상만 골라 볼 수도 있다. 360도 가상현실(VR) 동영상 서비스도 제공한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경기장뿐만 아니라 선수 대기석과 인터뷰석 등을 볼 수 있다.

현대차는 관람객과 선수단을 위해 수소를 연료로 하는 무공해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평창을 찾은 관람객이 자율주행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시승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없는 4단계 자율주행기술도 시연할 계획이다.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와 제네시스 G80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로 서울에서 평창까지 약 200㎞ 거리를 운행한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인천공항에 길안내 로봇 2대를 배치한다. 이 로봇은 8개 언어를 구사한다. KTX 탑승장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공항 내 각종 시설에 대해 설명한다. 평창에서는 청소로봇 두 대를 운영한다. 청소로봇은 별다른 지시 없이도 경기장 구석구석을 움직이며 먼지를 빨아들인다. 장애물도 알아서 피한다.

롯데카드는 물건을 산 뒤 장갑과 스티커, 배지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의 선불 결제 웨어러블이다. 선불칩이 장착된 장갑과 스티커, 배지를 근접무선통신(NFC) 단말기에 갖다 대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방식이다.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스티커형은 3만~20만원이 충전된 형태로 판매된다. 배지형과 장갑형은 3만원 및 5만원짜리로 나뉜다.


평창을 찾은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도 준비돼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자동 통·번역 앱(응용프로그램) ‘지니톡’을 내놓는다. 29개 언어를 통·번역할 수 있다. 네이버는 외국어 기능을 추가한 지도 앱을 선보였다.

눈에 띄지 않는 분야에서 올림픽을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은 LTE 재난안전망을 구축한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평창과 강릉, 정선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LTE 통신망을 통해 상황실에 내용이 전달된다. 마찬가지로 상황실은 LTE 통신망으로 현장을 통제한다. 보다 일사불란하게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게 SK텔레콤 관계자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국제방송센터와 기자단 숙소 등 주요 건물에 신기술이 적용된 철강재를 공급했다. 이를 통해 건물 건축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줄였다.

기업들이 평창동계올림픽만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열린 대형 스포츠 이벤트도 모두 기업들의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잘 마무리됐다. 또 하나의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유치전 최일선에 나섰다. 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은 정 명예회장이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호텔방에 매일 생화를 배달해 이들의 마음을 돌렸다는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온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힘이 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09년부터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았다. 2년 동안 지구 16바퀴를 도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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