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약품 기업들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로 향하고 있다. 올해에는 3억달러(약 3200억원) 수출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동물용 의약품 수출액은 2억7200만달러(3070억원)로 집계됐다. 2011년 1억달러를 처음 넘어선 이후 4년 만인 2015년에 2억달러를 돌파했고, 다시 3년 만인 2018년 3억달러 달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 개척에 공들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정은 한국동물약품협회 수출입지원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칠레 FTA 등 자유무역 확대에 따라 국내 축산산업이 위축되면서 내수 동물약품 시장도 정체되기 시작했다"며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기업들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맞물려 수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 국내 동물용 의약품 시장의 규모는 7112억원이다. 이 시장에 있는 동물용 의약품 및 의약외품 기업은 300여개에 달한다. 국제동물보건연맹이 집계한 세계 동물용 의약품 시장 규모는 34조8000억원이다. 세계에 형성된 큰 시장과 국내 축산산업의 침체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국내 1위 동물백신 업체인 중앙백신의 수출 비중은 2008년 6.9%에서 지난해 23%로까지 확대됐다. 현재 태국 방글라데시 러시아 등에 동물용 백신을 수출하고 있고, 올해는 인도와 이집트 진출도 예상 중이다. 축산물의 항생제 잔류 문제로 백신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글 벳은 뉴질랜드와 호주를 시작으로 해외를 공략해 지난해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또 지난해 국내 동물약품업계 최초로 무균 주사제 생산시설에 대한 유럽 인증을 획득해, 유럽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현재 구충제에 대한 유럽 승인을 진행 중이고, 올 상반기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유럽 인증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 제품의 위탁생산(CMO)도 계획 중이다.
씨티씨바이오도 2014년 홍천에 신축한 공장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미국 최대 사료업체인 랜도레이크에 사료의 효율을 높여주는 효소제의 수출을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축산 중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의 인허가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축산 선진국에 비해 쉽기 때문이다. 인체용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동물용 의약품에 대한 각국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선진국 기준에 맞는 생산설비를 갖춰야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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