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일 기자 ]
올림픽은 체육을 넘어 문화 대축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는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 예술 공간 나들이로 한결 풍성해진다. 올림픽의 주 무대인 평창·강릉 일대에는 풍요로운 자연과 개성 넘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여럿 있다. 커피, 소리, 민속 등 이색 테마 박물관에서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까지 다채롭다. 동계올림픽의 함성을 체험한 뒤, 박물관과 미술관 나들이로 2월의 감동을 따사롭게 되새길 수 있다.
종합 미술관인 무이예술관
평창 무이예술관)은 폐교를 개조해 미술관으로 조성했다. 인근 휘닉스파크에서는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경기가 펼쳐진다. 무이예술관은 조각·회화·서예 작업실이자 오픈 스튜디오다. 눈 덮인 옛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꾸몄는데, 인물을 다채로운 방법으로 형상화한 오상욱 작가의 작품이 돋보인다. 교실에는 30여 년간 메밀꽃을 그려온 정연서 화백의 작품이 있다. 한겨울에도 하얗게 피어난 메밀꽃이 탐스럽다. 실제로 조각공원 옆은 여름에 메밀꽃이 활짝 피는 메밀밭이다. 소하체를 개발한 소하 이천섭 선생의 서예 작품도 교실 한쪽을 채운다.
무이예술관에는 메밀꽃 압화와 판화, 가훈 쓰기 등 소소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해도 체험이 가능하며, 동계패럴림픽이 열리는 3월까지 예술관을 무료 개방할 예정이다. 무이예술관으로 가는 길인 봉평 일대는 소설가 이효석의 흔적과 봉평장터를 만나는 곳이다. 이효석의 작품과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이효석문학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물레방아와 징검다리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봉평장은 끝자리 2·7일에 서며 메밀전병, 수수떡 등 평창의 다채로운 먹거리가 있다.
평창은 무엇보다 눈부신 자연이 있다. 대관령 양떼목장은 대관령 구릉지대에 자리한 관광목장이다. 추운 겨울에 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설원이 펼쳐진 목장은 마치 설국을 재현한 것 같아 이채롭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40분 정도 소요)가 있다. 양떼목장을 넘어 올라가면 영화 촬영지로 명성이 높은 삼양대관령 목장이 보인다. 총면적 20㎢에 총 사육 마릿수가 900마리(젖소, 육우, 한우 포함)나 되는 동양 최대 초지 목장이다. 여의도 면적의 7.5배나 된다. 광장에서 정상인 동해전망대(1140m)까지의 거리는 4.5㎞로 이 구간에 양 방목지, 소 방목지, 타조 사육지, 쉼터, 산책이 가능한 목책로 5개 구간을 비롯해 곳곳에 풍력발전기(총 53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명성이 높다.
전나무 숲길과 눈꽃 축제 이채로워
천년의 숲길로 불리는 월정사 전나무숲길. 일주문을 지나 월정사를 향해 걷다 보면 좌우로 아름드리 전나무 숲이 펼쳐진다. 장쾌하게 뻗은 전나무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향기를 뿜어낸다. 눈이 내린 전나무 숲길 풍경은 장관이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의 전나무는 평균 나이가 약 83년에 달하며 최고령 나무는 370년이 넘었다. 주변은 수달이나 노랑무늬붓꽃 등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340여 종이 서식하고 있는 웰빙 산책 코스다.
월정사는 사철 푸른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월정사를 품고 있는 오대산은 문수보살의 성산으로, 산 전체가 불교성지가 되는 곳은 남한에서는 오대산이 유일하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오대 중 중대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을 조성했다. 주요 문화재로는 석가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건립한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일명 약왕보살상이라고도 하는 보물 제139호인 월정사 석조보살좌상이 있다. 월정사 성보박물관에는 귀중한 불교 유물과 강원 남부 60여 개 사찰의 성보들이 보관, 전시돼 있다. 인근에 조선왕조실록 등 귀중한 사서가 보관된 오대산사고가 있다.
눈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축제도 기다린다. 스노우랜드(Snow Land) 눈꽃페스티벌은 7~22일 16일간 대관령 횡계리 일원에서 펼쳐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눈조각 전시. 이번 페스티벌은 동화 캐릭터, 세계적인 건축물을 본뜬 초대형 눈조각과 캐릭터 눈조각을 통해 눈조각 테마파크로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 및 해외 관광객을 위해 한국 전통놀이, 초대형 눈썰매, 눈조각 미로공원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색적인 프로그램인 알몸마라톤대회, 눈마을올림픽, 바비큐 푸드, 눈꽃 조명쇼 등을 준비하고 있다. 축제기간 중 주말에는 눈광장 및 눈조각 존에서 캐릭터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이 밖에 눈썰매, 얼음썰매, 얼음미끄럼틀, 스노래프팅, 스노봅슬레이, 스노 ATV 등 겨울레포츠 체험과 이색 이글루 체험, 눈 성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마련된다. 대관령눈꽃축제위원회
커피의 고장 강릉, 테마 박물관 유명
요즘 강릉은 커피가 대세다. 강릉을 ‘커피 1번지’ 반열에 올리는 데 박물관이 일조했다. 왕산면의 강릉커피박물관은 커피를 알고, 만나고, 즐기는 공간이다. 2000년 문을 연 박물관은 커피를 문화적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원두 분쇄기를 비롯해 커피 관련 유물 수천 점을 소장하고, 그중 200여 점을 전시한다. 최초의 커피 제국인 오스만튀르크의 커피, 프랑스 문학 거장 발자크의 커피 추출 도구 등을 만나고, 커피의 역사와 제조 과정도 엿볼 수 있다. 강릉커피박물관은 국내산 커피가 생산되는 커피농장을 운영한다. 박물관 온실에서 커피나무가 자라며, 예약하면 커피 로스팅과 에스프레소 추출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강문해변 인근에 2호점(커피커퍼 커피박물관)을 열었다. 2호점은 카페와 박물관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다와 전시물을 감상하며 커피와 문화를 향유하기 좋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강릉커피거리로 명성 높은 안목해변을 거닐어보자. 겨울 바다가 운치 있다.
경포호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면 소리를 테마로 한 박물관을 만난다.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은 소리와 에디슨에 대한 고집스러운 사랑이 묻어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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