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통령 방한, 평화 계기되길" vs "인내 끝난 것 알리러 평창 간다"

입력 2018-02-04 18:31   수정 2018-05-05 00:00

한·미, 엇갈리는 대북정책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와 통화 "평화기조 이어지게 노력"

미국 수뇌부 연일 강경 메시지
펜스 "비핵화 전제 안되면 경제·외교적 압박 계속"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방어에만 힘 쏟지 않을 것"



[ 박수진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시각차가 더욱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을 북·미 대화로 이어지는 평화 정착의 계기로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에)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러 간다”(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며 섣부른 대화에 선을 긋고 있다. 한편에선 ‘주한미군 가족 동반 파견 금지 검토설(說)’ ‘대북 폭격 미 중간선거에 도움 발언설’ 등이 보도되면서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대북정책 논의 여부 언급 안해

미국 백악관은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한 인권개선, 양국 통상현안 해결 등 세 가지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30분가량의 통화에서 대북 압박에 대해 논의했는지는 양국이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 1시간가량의 통화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백악관 발표 내용을 보면 대북정책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논의하지 않았거나, 논의했지만 의견 차이 때문에 아베 총리와의 대화 내용만 소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과 미국의 평창올림픽에 대한 인식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고위급대표단 파견에 사의를 표명하며 “(대표단을 이끄는) 펜스 부통령 방한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양국 정상 간 통화 후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평창올림픽 참석 목적에 대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순한 북·미 접촉은 있을 수 없으며,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 한 모든 경제·외교적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또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만찬을 할 예정이다.

◆미국 국방 “수비만 하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핵 태세 검토 보고서’ 발표 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미 본토와 미국의 이익, 그리고 동맹들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모든 힘을 방어에만 쏟아붓진 않는다”며 “누군가 우리와 동맹을 공격하거나 공격을 시도할 때 군사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작전들을 동맹들과 함께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가 1일 ‘국방부가 백악관에 군사옵션을 제공하는 데 미온적이다’는 취지의 기사를 쓴 데 대한 반론이다. 그는 “우리는 외교관들을 뒷받침하는 군사옵션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솔직하게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가족 동반 금지설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 조만간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 NBC방송은 2일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에 파견되는 미군은 곧 가족을 동반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운용 지침을 개정해 파견병들의 가족 동반을 금지하고 근무 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그런 계획이 검토된 적은 있지만 실현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미 국방부는 현재로선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가족 동반 규정을 변경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의 핵심 한반도 정책 브레인 중 한 명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이 ‘대북타격이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언론 보도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한반도 정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팩트와 주장, 의혹, 희망사항이 혼재돼 떠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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