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채널'로 옮기고 투자 확대… T커머스가 커진다

입력 2018-02-04 18:51  

앞자리 채널 꿰차고 자체 스튜디오도 세워
3년새 시장 10배로

'다크호스' 된 SK스토아, K쇼핑·신세계TV에 도전장



[ 류시훈 기자 ]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 3사 가운데 신세계는 TV홈쇼핑 사업권이 없다. 신세계는 대신 T커머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TV쇼핑의 취급액은 3000억원을 넘었다. 2016년 1453억원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집중적인 투자의 결과다. 신세계TV쇼핑은 지난해 4월 KT 올레TV에서 2번 채널(기존 28번)을 꿰찼다. 10개 T커머스 업체 중 처음으로 한 자릿수 채널에 진입했다. 22번이던 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와 현대HCN(케이블TV)의 채널도 4번으로 옮겼고, 74번이던 LG유플러스 채널은 21번으로 앞당겼다.

신세계뿐 아니다. KTH는 K쇼핑의 T커머스업계 1위 수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SK브로드밴드는 사업부를 분사해 SK스토아를 출범시키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커지는 시장… 올해 취급액 3조

T커머스 시장은 GS샵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7개 TV홈쇼핑의 ‘2부 리그’ 정도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인터넷TV(IPTV) 보급이 늘고 상품 구성 등 프로그램 품질이 높아지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채널 위치까지 앞당겨지면서 기존 TV홈쇼핑과의 차이를 별로 못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개 T커머스 사업자의 취급액은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2014년 8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2015년 2540억원, 2016년 9980억원 등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3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3년 새 10배 이상으로 커지는 셈이다.

T커머스 시장에선 K쇼핑, 신세계TV쇼핑, 쇼핑엔티, SK스토아, W쇼핑 등 단독 사업자의 5개 채널과 CJ오쇼핑플러스, GS마이샵, 현대홈쇼핑플러스샵, 롯데ONE, NS샵플러스 등 TV홈쇼핑 겸영 사업자의 5개 채널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서울에선 IPTV 가입 가구의 1~40번대 채널 중 쇼핑 관련 채널이 17개나 된다.

K쇼핑-신세계TV쇼핑 ‘양강’

T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기존 TV홈쇼핑에 주력하는 겸영 사업자보다 단독 사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K쇼핑과 신세계TV쇼핑의 양강(兩强)구도다.

업계 1위인 K쇼핑은 지난해 약 3500억원의 취급액을 기록했다. K쇼핑은 지난해 신세계TV쇼핑에 이어 자체 방송제작센터를 열었고 올해엔 그동안 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던 LG유플러스 신규 진입을 추진 중이다. 남성 패션상품에 집중해 남성 소비자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렸다. 일반적으로 TV홈쇼핑의 남성 소비자 비중은 20% 정도다.

신세계TV쇼핑은 채널 투자를 마무리한 만큼 올해는 백화점 마트 온라인몰 등에서 축적된 신세계그룹의 상품력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명품 전문 프로그램 ‘S-스타일’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S-스타일 홈’ 방송을 시작하는 등 패션 잡화뿐 아니라 프리미엄 리빙 상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K스토아 명품 판매 확대

올해 T커머스 시장의 ‘다크호스’는 SK스토아다. 작년 12월 SK브로드밴드 내 사업부에서 분사한 SK스토아는 연초부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B쇼핑이란 채널명도 SK스토아로 바꾸고 채널명 개편에 맞춰 5일부터 프리미엄 편집숍 방송인 ‘더 퍼스트’에서 프라다의 숄더백, 모터백 등을 판매한다. SK스토아는 3월께 자체 방송제작센터를 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온라인쇼핑몰인 11번가와 상품기획 등에서 협업이 이뤄진다면 SK스토아가 몇 년 안에 K쇼핑, 신세계TV쇼핑 등과 3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T커머스

TV와 커머스(commerce·상거래)를 결합한 단어. TV 시청 중 리모컨이나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 생방송 위주의 홈쇼핑 방송과 달리 녹화 방송만 가능하며, 상품 검색도 할 수 있다. 2005년 10개 사업자가 선정됐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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