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이민자 복지 논쟁, 유럽의 연정 협상 걸림돌

입력 2018-02-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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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간 '메르켈 4기' 구성 못한 독일처럼
이민자·난민 복지 시각차가 연정출범 막아

김흥종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선임파견관 >



네덜란드가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킨 것은 작년 10월26일이었다. 꽃샘추위가 몰아치는 3월15일 총선을 치렀으니 225일 동안 네덜란드는 무정부 상태로 있었다. 벨기에는 더하다. 이 나라는 2011년 541일 만에 가까스로 정부를 구성한 기록을 갖고 있다. 2014년에도 다섯 달 동안 중앙정부가 없었다. 이렇게 본다면 작년 9월24일에 선거를 한 독일에서 정부 구성이 늦어졌다 하더라도 그리 탓할 일은 아니다. 협상 기간 다섯 달도 채우지 못했으니 벨기에나 네덜란드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이렇듯 많은 유럽 국가에서 선거 후 정부 구성이 늦어지는 것은 보통 다수의 정당이 군웅할거하는 선거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정을 통하지 않고서는 정부를 구성할 수 없으니 정당들은 협상을 통해 정부 구성을 논의한다. 국민 개개인의 선호가 다양화되고 차별화되는 소위 선진국에서 국민의 선호를 대변하는 다양한 정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현상이라 할 것이다. 연정 참여 정당들은 보통 연정 주도 정당에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권력 배분을 요구한다.

최근에 와서 연정협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는 부분은 이민과 난민문제다. 즉, 이민과 난민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정할지, 이민자와 난민들에게 국민이 누리는 다양한 복지제도를 얼마나, 언제부터 누릴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할지의 문제로 입씨름하고 있다.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급속히 세를 얻어 제2당으로 우뚝 선 네덜란드와 원내 진출에 성공한 독일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기존 정당들은 이 문제를 다룰 때 신중해야 한다.

이민자에 대한 복지제도 수혜자격 부여는 특히 예민한 사안이 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심화돼 온 불평등, 2010년 이후 유럽의 경제위기, 2015년 난민사태 등 유럽 국가들을 둘러싼 사회·경제 환경의 변화는 유럽 복지제도가 헤쳐 나가야 할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 기존 정당들은 더 보수화되면서 복지제도의 무차별적 확대에 선을 긋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의 복지 논쟁 전선이 흔히 생각하는 ‘퍼주기 대(對) 착취 금지’ 논쟁과 결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일단 보수 우파가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복지 확대를 경계하고 진보 좌파가 복지 확대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그런데 논리의 맥락을 따라가 보면 좀 다른 면도 발견된다. 보수 우파는 이미 충분히 복잡해진 복지제도의 난맥상을 볼 때 제도의 효율적 실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제도화된 복지를 통한 지원 확대에 반대하고 인간의 선의에 기반한 자선을 강조한다. 난민 개개인에 대한 소득 직접 지원을 더 선호한다. 반면 진보 좌파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 난민 지위 강화 및 복지 체계를 통한 지원 확대를 선호한다. 그리고 더 보편적인 제도가 더 좋은 것으로 본다.

최근 유럽의 이민자 복지 논쟁에서 몇 가지 특징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이민자 복지 논쟁에서 성장 대 분배의 이분법적 대립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둘째, 보편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경로를 통한 우회적 복지지원보다는 직접 지원이 더 선호된다. 즉, 두 진영의 타협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셋째, 한 가지 복지제도의 도입은 국민 경제 전체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조명돼 모든 이해참여자가 부담을 공유하는 방식의 접근방식이 돼야 한다. 물론 모든 참여자가 똑같이 부담한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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