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폴리오 출신 안형진 대표 영입
한 펀드에 여러 매니저 둬 '안정적'
[ 나수지 기자 ] 지난해 말 투자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한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이 헤지펀드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첫 펀드를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에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아 설정액 기준 업계 12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이 회사는 지난해 헤지펀드 업계 2위인 타임폴리오운용에서 헤지펀드 본부장을 맡은 안형진 씨(사진)를 운용부문 대표로 영입해 화제가 됐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빌리언폴드가 작년 12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한 달여 간 내놓은 헤지펀드 4개에는 3218억원이 모였다. 이 같은 설정액은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 115개 가운데 12번째로 큰 규모다. 3218억원 중 80% 이상은 개인 고객 자금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나머지는 빌리언폴드 자체 자금과 헤지펀드 운용을 지원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맡고 있는 삼성증권이 초기 투자금으로 채웠다.
빌리언폴드는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에 등록을 마치고 12월 말 첫 펀드를 내놓은 헤지펀드 운용사다. 지난해 2월 투자자문사로 시작했지만 헤지펀드 출시를 위해 운용사로 전환했다.
경영부문은 김대현 대표가, 운용부문은 안 대표가 맡고 있다. 헤지펀드는 보통 최저가 입금액이 1억~5억원가량인 사모펀드로, 주로 고액자산가와 기관투자가가 투자한다. 빌리언폴드 펀드의 최저 가입금액은 7억원으로 높은 편이다.
신생 운용사에 ‘뭉칫돈’이 몰린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는 초기 투자금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운용 성과(트랙레코드)가 쌓이면 고액 개인자산가 자금을 끌어온다”며 “빌리언폴드는 타임폴리오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낸 안 대표를 보고 몰려든 자금이 많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타임폴리오에서 쌓은 ‘노하우’를 펀드 운용에 활용하고 있다. 펀드별로 담당 매니저를 두지 않고, 여러 매니저가 한 펀드의 자산을 나눠 운용하는 ‘멀티매니저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빌리언폴드에는 안 대표를 포함해 주식 운용역 4명,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담당 운용역 1명이 일하고 있다. 안 대표는 “매니저끼리 투자 아이디어는 공유하지만 각자의 판단대로 자금을 운용한다”며 “매니저 한 명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익률이 흔들릴 위험이 없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출시된 4개 펀드는 투자 전략에 맞춰 이름을 붙였다. 우선 △기업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이벤트를 통한 차익거래를 추구하는 이벤트드리븐(event driven) 전략을 주로 활용할 펀드는 ED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은 사고(롱) 내릴 것 같은 종목은 파는(쇼트) 롱쇼트 중심의 에쿼티헤지(equity hedge)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는 EH 등으로 이름짓는 식이다.
안 대표는 “출시된 모든 펀드는 다양한 전략을 동시에 활용하는 ‘멀티스트래티지펀드’여서 큰 틀에서 비슷하다”며 “다만 펀드별로 부채(레버리지)를 끌어다 쓸 수 있는 비중과 중점 전략이 다르다”고 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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