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매각 시기 기준 세워야
실제 도입 땐 양도세 안 내는 주식 투자자와 차별 논란 전망
법인세 과세는 가능하지만
기술상 문제·해외 거래소 이용 등 세원 추적 난제 수두룩
[ 고윤상 기자 ]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문제가 주요국마다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과세 원칙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할 만큼 정부 고민도 깊다. 주요 대형 로펌 조세 전문가들에게 가상화폐 과세와 관련한 법적인 문제점과 바람직한 조세 방안을 들어봤다.
◆“소득세 부과도 간단한 문제 아닐 것”
과세 방식으로 주로 거론되는 부가가치세와 양도소득세의 경우 “부가세는 어렵고 양도세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조세전문 변호사와 회계사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상화폐 거래에 부가세를 부과하려면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소비행위가 전제돼야 하는데 가상화폐에는 소비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때 검토됐던 거래세도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
소득세도 문제다. 가상화폐를 사고팔면서 벌어들인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이다. 법무법인 광장 조세팀의 김명섭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는 “우리 법률은 개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과세 대상을 정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가상화폐 양도차익을 부과하기 위해선 입법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인에 대한 과세는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김동수 율촌 조세그룹 변호사(19기)는 “법인이 가상화폐 양도차익을 실현하면 현행 법체계에서도 과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인에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포괄주의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과세가 이뤄지더라도 △현실적 과세기술상 문제 △법인에 대한 과세 시기 판단 문제 △해외 거래소 이용에 대한 과세 문제 △과세 행정비용 효율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오영 화우 조세전문그룹 변호사(17기)는 “개인의 외환차익이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 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상장주식의 양도소득 과세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적 과세기술 측면에서 어려움도 만만찮다”고 지적했다.
이남주 법무법인 세종 회계사는 “법인세 과세는 가능하지만 과세 시기에 대한 추가 입법이나 과세 당국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법인이 채굴을 통해 가상화폐를 취득하면 과세 시기를 채굴 시기로 볼 것인지, 가상화폐를 매각한 시기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설명이다. 노형철 세종 세무사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 간 거래를 하면 과세 포착이 어려워 심각한 과세 불공평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거래는 국제 거래가 활발해 한국 조세당국의 관리 범위를 넘어선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명섭 변호사는 “국제적 협조 아래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한정해 과세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펌엔 ‘먹거리’, 법원엔 ‘골칫거리’
로펌이 가상화폐 관련 전문가 풀을 갖추고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는 건 ‘문제가 많은 만큼 분쟁도 많다’는 판단에서다. 조세 문제도 그중 하나다. 대형 로펌들은 각 팀에서 인력을 차출해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팀을 서둘러 꾸리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한시적 조직인 TF가 아니라 정식팀인 블록체인팀을 만들었다. 율촌도 전담팀인 가상화폐팀을 창설해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자문 중심이지만 이르면 내년 본격 과세가 이뤄지면 조세 관련 수요도 많아질 것이라는 게 로펌업계의 예상이다.
이에 비해 사법부 발걸음은 뒤처진다는 평가다. 법관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복잡한 사건이 터지면 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법원 차원에서 관련 연구 및 세미나가 미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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