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감독 성폭행 사건, 충격에 빠진 영화계…'연애담' 배급사 "많이 부끄럽다"

입력 2018-02-07 11:40   수정 2018-02-07 13:23


이현주 감독의 동성간 성폭행 사건에 영화계에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이현주 감독의 동성간 성폭행 사건에 관련해 진상 조사팀을 구성했다. 7일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측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진상 조사팀이 1~2주 내에 조사를 끝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이 연출한 영화 '연애담'의 배급사도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연애담'은 미술학도 윤주와 아르바이트생 지수의 연애담을 담은 영화로 동성애를 소재로한 '퀴어'물이다.

인디플러그는 이날 SNS를 통해 "이현주 감독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피해자의 고백을 마주하고 본 배급사 역시 당혹과 충격을 감출 수 없다"며 "배급사 전 직원은 현재 사건에 대해 거듭 논의 중이며, 이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과 반성을 공유했다. 이에 피해자와 관객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많이 부끄럽다. 사건의 인지 시점 여부를 떠나서, 해당 감독의 연출작을 배급하는 배급사로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또 "배급사 역시 진실을 외면하고 방조자의 역할에 서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피해자의 지적에 깊이 공감하며, 저희 배급사는 이 사실을 뼈저리게 받아들이고자한다"면서 "무엇보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외로이 긴 재판을 진행하셨을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사과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일 피해자인 여성 감독 A씨가 SNS를 통해 '미투' 운동에 동참한다며 이현주 감독과의 일을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지난 6일 이 감독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며 "억울하다. 합의된 성관계였다"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현주 감독은 "당시 피해자가 저와의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사정들이 있었다"라며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다. 그에 대한 영화를 찍었던 입장에서 스스로 너무 괴롭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는"가해자는 심경고백 글에서 '밥 먹고 차 먹고 대화했는데 한 달 뒤에 갑자기 신고를 했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통화 이후 두 차례 통화가 있었고 재판부에 증거로 남겨졌다. 전화하는 동안 가해자는 나에게 화를내고 심지어 동기를 통해 문자를 보내 모텔비를 갚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몹쓸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느낀 섬뜩함을, 당신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라고 비난했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동기인 A씨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감독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는 지난해 '연애담'으로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등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해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성폭행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영화감독조합은 그를 조합원에서 제명했고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도 취소됐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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