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대표단 일행으로 방남
북한 '실질적 2인자' 김여정 방남…'김정은 북핵 메시지' 주목
김일성 일가 첫 방남
청와대 "김여정, 방남 의미 커…긴장 완화 위한 북한 의지 담겨"
문재인 대통령 예방할 가능성도
전문가 "북한, 제재 무력화 시도…미국과 직접 대화 노린 것" 분석도
[ 이미아/조미현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31·사진)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고위급 대표단 일원으로 9일 방문한다. 6·25전쟁 이후 북한 김일성 일가의 일원이 남쪽 땅을 밟는 것은 김여정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7일 “북한이 김여정과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고위급 대표단으로 보낸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축하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취지에 부합되게 노동당, 정부, 체육계 관련 인사로 구성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김여정은 다른 외국 정상의 가족이 축하사절단으로 파견되는 사례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사실상 2인자로 알려진 김여정은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에 대한 김정은의 메시지를 들고 올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김영남 위원장과 회동할 의사를 밝힌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도 면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구체적인 방문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여정의 방문과 관련,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당초 김여정의 방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금까지 북한 김일성 일가 일원이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김정은의 친여동생이자 최측근인 김여정이 움직이는 대신 실질적 2인자로 평가되는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올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김여정이 평창올림픽의 북측 고위급 대표단 단원에 포함된 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영남 위원장과 김여정의 방문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깜짝 방문한 이른바 ‘실세 3인방(최용해, 황병서, 김양건)’을 훨씬 뛰어넘는 정치적 상징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여정은 남북관계 및 북핵 문제와 관련한 김정은의 메시지를 직접 들고 올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청와대는 7일 북측 고위급 대표단에 김여정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남북 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로 한 가운데, 청와대는 김여정의 방문이 올림픽 흥행에도 호재가 될 것이란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여정의 방문에 대해 “북한의 이번 대표단은 평창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한다”며 “김여정은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노동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영남이 혼자 오는 것보다 김여정에게 훨씬 비중이 있는 역할이 주어질 것이고 우리와 대화할 때도 무게감 있는 주제가 오가지 않겠나”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면담이 성사됐을 때 비핵화 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가’란 질문엔 “(이번 만남이) 첫발을 떼는 건데 비핵화 문제는 어떻게 보면 가장 끝에 있는 문제 아닌가”라고 답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의 만남 성사 여부에 대해서도 “양 당사자가 있는 문제여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할 수 없는 문제”라며 “양측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도록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여정의 방문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김여정을 보낸다는 건 북한이 나름대로 베팅한 것”이라며 “김정은의 의중을 담아서 보낸다는 의미가 분명히 있는 것이며, 특히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실질적 대화의 진전이 아니라 선전선동의 계기로 삼을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김여정과 최휘 모두 선전선동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김여정 카드’를 꺼내든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흔들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고, 최휘는 유엔과 미국의 동시 제재 대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유엔 및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아/조미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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