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구성하는 시총 상위종목 줄줄이 하락
홍콩 H지수·중국 상하이 등 아시아 증시도 약세
[ 박종서 기자 ]
코스피지수가 최근 나흘간 17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서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이 무너졌다. 투자자들이 지수 등락의 두 배 수준에서 수익률이 결정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ETF를 대거 팔아치운 게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7일 56.67포인트(2.31%) 하락한 2396.57까지 밀리며 2400선이 무너졌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29일(2394.47)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400선이 깨졌다. 이달 들어 4거래일 동안 171.98포인트(6.69%) 빠졌다.
이날 장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27.89포인트(1.14%) 오르면서 2500선 재돌파를 시도했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2.33%, 2.13% 상승 전환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장 중반 이후 급속도로 낙폭이 커졌다.
기관투자가가 2013년 9월12일(1조314억원 순매도) 이후 가장 많은 7395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게 시장에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ETF 매도 물량이 늘어나자 ETF를 구성하는 시가총액 상위종목 매물을 시장에 쏟아낸 게 지수가 대폭 하락한 핵심 요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미국 시장이 잠깐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ETF 투자자들이 오후에 대거 ‘팔자’에 나섰다”며 “이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많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기관들은 이날 삼성전자(2257억원 순매도) KODEX 레버리지 ETF(798억원) 셀트리온(670억원) KODEX 코스닥 150 레버리지(288억원) 등 시총 상위 종목과 ETF를 많이 팔았다.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3.42% 내린 것을 비롯해 유가증권시장 시총 50위 이내 종목 중 46개가 하락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내림세였다. 홍콩H지수가 2%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82%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오전에 3% 이상 반등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조정은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 변화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며 “주가가 크게 출렁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불안정한 장세가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우려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다음달 하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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