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향후 1~2주가 마지막 변동성 구간이 될 것이라며 설 연휴 전후로 투매가 빠르게 진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8일 밝혔다.
이 증권사 박소연 연구원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 지금의 상황을 잘 설명한다"며 "경기가 회복되고 인플레 압력이 고조되자 자연스레 금리가 상승했는데, 이것이 그간 유행했던 저변동성 전략인 변동성 매도(short VIX, inverse VIX) 상품들을 강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변동성을 매도하는 구조로 짜여진 ETF와 ETN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을 매수하는 숏커버(long VIX)가 유입, 시장의 바닥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각국 옵션만기일이 주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과 일본은 8일, 미국은 16일이다.
시장이 지난 몇 년간 별다른 이슈 없이 평온하게 상승한 탓에 변동성을 매도하는 투자상품(ETN, ETF)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최근 금리가 상승하고 옵션의 내재가치가 급격하게 변동하면서, VIX의 변동성이 동반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문제는 일반적으로 VIX 매도 전략은 손실이 무한대인 옵션 매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합성상품의 특성상 레버리지까지 사용된 경우 1~2일만에 순자산가치(NAV)가 제로가 된다"며 "지난 6일 노무라와 크레딧스위스가 숏 VIX ETN 청산을 발표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아직 청산되지 않은, 관련 전략을 사용하는 ETP들이 한꺼번에 출구를 찾아 포지션 청산에 나설 경우, 일거에 롱 VIX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박 연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VIX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보다 레벨이 낮지만 변동성의 변동성인 VVIX는 2008년 리만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며, 최근 숏VIX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근월물 수요가 폭증해 VIX 선물은 백워데이션으로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리스크 패리티(Risk Parity) 등 비슷한 전략을 쓰는 펀드까지 포지션 청산에 가세할 경우 수급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리스크 패리티 전략은 주식, 채권, 커머더티 등 각 자산의 변동성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알고리즘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주식의 변동성이 커지면 주식을 줄이고, 커머더티 변동성이 하락하면 커머더티를 늘리게 된다"며 "주식이 싸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동성이 올라가니 컴퓨터가 알고리즘에 의거해 자동적으로 기계 매도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이미 최근 하락을 초래한 것이 이러한 자기살해적(self-killed) 매도 때문이라는 것이 잘 알려지고 있는데다 주요국 옵션 만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앞으로 5영업일 안에 자정 노력이 발동하며 분기점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포지션 청산의 클라이막스는 옵션만기일 이전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당분간은 VIX와 VVIX의 하락 반전 여부, VIX 선물 콘탱고 반전 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은 "한국시장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레벨인 2400선을 하회해 급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설 연휴 전후로 투매는 빠르게 진정될 것"이라며 "수급 이슈로 인한 하락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 외환시장 변동성 지수인 CVIX와 원유시장 변동성 지수인 OIV는 매우 안정적이라며 이번 시장 하락이 펀더멘털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대변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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