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1위 CJ가 올림픽 급식 빠진 까닭

입력 2018-02-08 21:31   수정 2018-02-09 05:59

적자 우려·직원 고용 등 부담
한파로 개막식엔 CEO 모두 불참



[ 김보라 기자 ] CJ그룹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스폰서 기업이지만 9일 열리는 개막식에 회장단을 비롯해 고위 임원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는다. 한파 예보에 따른 건강상 이유 등 때문이다. 8일 CJ그룹에 따르면 9일 개막식에 이재현 회장과 손경식 회장을 포함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전원이 불참한다. CJ그룹은 신세계, 한화 등과 함께 이번 올림픽 공식스폰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후원금액은 120억원. 대부분 회사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CJ그룹은 국내 1위 종합식품회사 CJ제일제당과 단체 급식회사 CJ프레시웨이 등 계열사가 있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 음식 케이터링 서비스에서는 일찌감치 빠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행사 단체급식은 주로 세계 최대 케이터링업체인 미국 아라마크가 맡아왔다. 아라마크 측은 주변 환경과 흥행 여부 등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실사를 한 뒤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참가를 거부했다.

올림픽 개최에 비상이 걸리자 국내 식품 회사들은 발 벗고 나섰다. 100억~200억원대 케이터링은 신세계푸드와 현대그린푸드, 풀무원, 아모제 등이 나눠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 내 케이터링은 적자를 감수하고도 국내 식품기업들이 애국한다는 심정으로 참여한 게 사실”이라며 “CJ는 검토 후 적자 폭이 클 것으로 예상해 최종 사업자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위해 직원을 고용하면 행사가 끝난 뒤 부담이 된다는 점도 케이터링에서 빠진 이유로 꼽힌다.

CJ그룹은 대신 경기장 인근에 한식 브랜드 비비고 전용 홍보 부스를 마련한다. 또 선수 식단에 비비고 만두와 어묵 등을 넣어 제품을 홍보키로 했다. 손 회장은 올림픽 기간 평창을 방문해 CJ가 후원하는 선수의 경기 일부를 볼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CJ가 자사가 주최하는 PGA투어에는 수백억원을 쓰는 등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나서면서도 국가적 행사인 동계올림픽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가 행사를 적극 지원하던 CJ가 이 회장 사면 후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는 지적도 나온다.

CJ 관계자는 “개막식은 한파 때문에 건강상 이유로 회장단이 참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그동안 후원해온 일부 경기는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부 임원이 참석해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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