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인프라가 상당히 발달한 곳에선 결제수단을 대체할 만한 매력도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경우 유통 생태계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김치프리미엄(한국 거래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이란 신조어까지 낳으며 우리나라를 강타한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열풍은 이제 결제수단으로까지 이어져 실생활로 다가왔다.
위메프와 티몬 등 이커머스 대표 기업이 암호화폐 결제를 검토 중이고, 블록체인 기반의 오프라인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인덕의 가맹점 수는 출시 3주 만에 100호점을 돌파했다.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 공룡'까지 나서 블록체인 비즈니스와 가상화폐로 '코인시대'를 연다면 유통 생태계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한경닷컴>은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디지털 경제전문가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사진·35)을 직접 만나 자세히 물었다.
그는 2013년 8월,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들 가운데 최초로 '가상화폐 비트코인, 미래는 불투명'이란 제목으로 비트코인 연구 보고서를 냈다. 2014년엔 '비트코인, 화폐 논쟁을 넘어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 부상'이란 보고서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실생활에서 암호화폐가 더 많이 사용될까.
"암호화폐 지급결제 기능적인 부분을 상용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비트페이'와 같은 곳을 통해 실제로 암호화폐 결제가 이뤄지고 있죠. 결제수단으로 사용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가격 변동성도 결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기술적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 입니다.
다만 거래 시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정의가 필요하죠. 일단 세금과 회계 둘다 문제인데 회계는 암호 화폐를 현금, 무형자산 등 어떤 항목으로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있고 세금 역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죠. 향후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든지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통 대기업들도 암호화폐를 도입할까.
"이마트 등 이미 여러 유통업체에서 이미 상품권, 포인트 등을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코인 사용의 의미는 크지 않습니다. 도입한다고 해도 한국 처럼 기존 신용카드가 활성화돼 있는 나라에는 수요가 적을 수 있습니다. 결제 매체 정도를 바꾼다는 수준인데 기업들이 도입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암호화폐보다는 유통업체는 전자상거래 이슈가 더 클 것 입니다."
▶암호화폐의 유통가 활용 방안은 없을까.
"결제기능보다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주목해야 합니다. 유통업체의 경우 물류뿐 아니라 고객정보 보안 서비스에도 이 기술이 쓰일 수 있죠.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에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블록체인으로 기반으로 한 스마트 컨트랙트(스마트계약) 잘 활용하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적극 도입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는 '디지털 콘텐츠' 입니다. 생산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인디밴드 등 가수가 블록체인앱(DAPP)에 음원의 가치를 매겨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여러 매수자가 몰릴수록 금액을 환불받는 구조로 유명 가수일 경우 유리할 수 있겠네요. 잘 활용하면 음원 유통 시장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중고차 거래에도 도입이 가능한가.
"부동산 등 현실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이 함께 도입해야 합니다. 실제 소유권 확인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부동산은 IoT로 집주인을 인식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한 후 거래한다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고차 거래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IoT를 통해 사고 등 기록을 확실하게 보장하면 사업화가 가능하죠."
▶블록체인과 분리할 수 없는 암호화폐의 미래를 그려달라.
"한국은 은행 등 기성 사업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제3세계에 비해 암호화폐가 덜 발전될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을 비롯해 적지 않은 나라의 중앙은행이 법정 암호 화폐 발행 방안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암호 화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겠죠."
▶투기의 장으로 변질된 암호화폐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정부에서 성급하게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거론했습니다. 그보다 투기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하루 거래 시간을 제한하고, 주식 시장처럼 '서킷브레이커'를 이용해 시세 변동폭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성급히 규제하는 것보다는 부작용을 감내하더라도 발전 가능성은 열어두자는 게 저의 의견입니다. 잠재력은 아무도 모르니까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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