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패널 값 사이에 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줄다리기

입력 2018-02-09 18:00   수정 2018-10-25 13:32




(노경목 산업부 기자) “올해는 좀 올려 주세요” “시장 확대를 위해 좀 더 참아주면 안될까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요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놓고 가격 협상이 한창입니다. LG디스플레이가 만드는 OLED 패널의 공급가격이 확정돼야 다음달 선보일 LG전자의 2018년형 올레드 TV 신제품의 소비자 판매가격도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 보면 같은 그룹의 계열사이지만 가격 협상에도 엄연히 갑과 을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부품을 납품 받는 고객사가 ‘갑’이 되고 공급하는 업체는 ‘을’이 됩니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처럼 패널을 만드는 업체는 을입니다. 대신 패널로 TV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갑이 됩니다. 얼마나 가격을 깎느냐에 따라 개별 사업부의 수익이 결정되다보니 같은 식구라도 협상이 쉽지 않습니다. 삼성과 LG그룹의 부품·소재 계열사 영업 담당자들의 입에서 “그룹 내 영업이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13년 OLED 패널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한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까지는 LG전자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왔습니다. 시장에서 아직 생소한 OLED의 우수성을 보다 빨리 전파하기 위해 가능한 가격을 낮춰 판매를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 출시 당시 1500만원에 이르던 55인치 OLED TV가 지난해 신제품 출시 때는 500만원까지 떨어진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패널 공급가는 낮추는 대신 생산효율과 수율을 높혀 생산비 대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LG디스플레이도 양보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어려워지며 패널값을 계속 낮추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6월부터 시작된 LCD 가격의 하락세가 문제입니다. 가격이 계속 떨어지며 1월말 LCD 패널 가격은 작년 상반기보다 20% 이상 하락했습니다. 연초부터 양산에 들어간 BOE의 10.5세대 LCD 공장의 수율이 높아지면 이같은 가격 하락세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그만큼 LCD가 주력인 LG디스플레이의 수익률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파주 P10공장 투자 등 대규모 시설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LG디스플레이는 OLED사업의 반전이 절실합니다. 지난해부터 실적발표회 때마다 “2018년부터는 OLED에서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양산후 5년이 지나면서 생산라인에 따라 감가상각이 지난해부터 끝나면서 여건도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OLED 패널값을 고객의 요구대로 계속 떨어뜨려주면 이같은 전망을 실현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LG전자는 올해도 OLED 패널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프리미엄 TV시장에서도 세계를 기준으로는 1%에 못 미치는 OLED TV 보급을 확대해야할 때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매출을 낸 LG전자 TV사업부로서는 LG디스플레이의 요구를 외면하기만은 힘듭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 OLED사업이 올 하반기 소폭 흑자를 내는 수준으로 OLED 패널 인하폭을 조정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끝) /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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