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서도 사진 '찰칵'…회전교차로 들어서자 양보 운전 '척척'
스스로 차로 바꾸고 좌회전
GPS신호 막힌 터널구간 주행
오르막길·곡선 도로도 '거뜬'
"평창서 자율주행 체험하세요"
현대차, 10~24일·내달 체험행사
홈페이지서 시승 사전 예약해야
[ 박종관 기자 ]
“지금부터 자율주행 모드를 시작합니다.”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은 이 말과 함께 운전대에서 손을 뗐다. 시승을 위해 차에 탑승한 기자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뒷좌석에 앉아 연구원의 팔과 다리를 살폈다.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차는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3분간의 짧은 자율주행 체험을 마친 뒤 두려움은 기대로 바뀌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운전하다’라는 동사가 사어(死語)가 될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文 대통령도 감탄한 자율주행차
지난 5일 강원 평창에서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넥쏘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승(사진)해 화제를 모은 차량과 같은 모델이었다.
자율주행 기능을 얹기 위해 넥쏘의 전·후방에는 눈 역할을 하는 라이더(레이저 센서)가 3개씩 달렸다. 카메라 4개와 레이더(전파탐지장치) 3개도 달렸다. 카메라는 차선과 차량을 인식하고 신호등 색을 구분하는 역할 등을 맡는다. 라이더와 레이더는 물체의 형태를 인식하고 이동 경로를 예측한다.
넥쏘 자율주행차는 총 6단계로 나뉜 기술 수준(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중 4단계를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율주행은 0단계부터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무인차 수준인 5단계로 구분한다. 4단계는 운전자 개입 없이 차 스스로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회전교차로 진입까지
자율주행 체험코스는 대관령 119 안전센터 앞 원형삼거리에서 출발해 3.5㎞ 떨어진 회전 교차로에서 유턴해 돌아오는 왕복 7㎞ 구간이었다. 구간 안에 좌회전과 터널 진입 등 실제 도심 도로에서 마주할 상황들이 마련돼 있었다. 오르막길과 곡선 주로도 이어졌다.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은 “평창 시내 도로는 일반 도심 도로보다 기울기가 높고 구불구불한 구간이 많아 고도의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행 중 차로를 바꿔야 할 때가 오자 왼쪽 방향지시등이 켜졌다. 차량 후측방 화면이 운전대 앞에 설치된 디스플레이 안에 떠올랐다. 변경 차로에서 달리던 뒤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왔다. 차로를 바꾼다면 부딪칠 상황이었다. 넥쏘는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해 충돌 가능성을 판단하고 스스로 방향지시등을 껐다. 변경 차로를 달리던 차량이 앞으로 사라지자 다시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로를 변경했다.
터널 구간에서도 넥쏘는 흔들림 없이 주행을 이어갔다. 터널은 두꺼운 콘크리트 외벽이 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를 막아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간으로 꼽힌다. 넥쏘는 차선과 터널 구조물 등에 대한 정보가 담긴 정밀 지도를 이용해 터널 안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일반 운전자들이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회전교차로도 문제없었다. 넥쏘는 회전교차로 앞에 멈춰 오가는 차량의 움직임을 충분히 감지한 뒤 회전교차로에 진입했다. 회전교차로 특성상 양보 운전을 우선시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일반인에게도 체험기회 제공
현대차는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10일부터 24일까지, 다음달 10일부터 17일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체험 행사를 할 예정이다. 넥쏘 자율주행차 5대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현대자동차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홈페이지에서 시승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열린 자율주행 시연 행사 대부분이 관계자 또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며 “현대차는 시내 도로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시승을 할 만큼 기술에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까지 스마트시티 안에서 4단계 수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5단계 완전 자율주행기술(무인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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