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마시고 심리상담… 취향저격 '동네 책방' 뜬다

입력 2018-02-09 19:08   수정 2018-02-10 05:27

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식물·만화에 시(詩)·심리서적까지
작은 공간에 스토리·재미 입혀
개성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진화



[ 배현정 기자 ]
맥주를 마시고, 심리 상담을 받고, 가드닝 클래스가 열리는 책방에 가본 적이 있는가? 개성 넘치는 ‘별별’ 동네 책방 전성시대다. 독립출판물에서 만화, 시, 식물, 심리서적 등 관심사에 따라 골라볼 수 있는 ‘취향 저격’ 동네 서점들을 소개한다.

◆식물책방 ‘오버그린파크’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숲이 펼쳐진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이곳은 ‘도시 속 녹색 가득한 정원’이 콘셉트다. 그렇다고 ‘꽃집’은 아니다. 식물과 책을 함께 판매하는 서점이다. 책방지기는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식물 가득한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평온함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조용하게 숨어 있는 곳에서 식물과 책을 읽으며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식물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을 위주로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책은 식물·자연 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학잡지 독립출판물도 취급한다. 책과 글에 관한 모임과 가드닝 클래스도 상시 진행한다.

◆만화책방 ‘유어마나 가게’

서울 마포구 홍대 뒷골목에 있는 작은 공간이다. 젊은 만화가들의 전시와 굿즈(문화상품), 그리고 만화책에서 독특한 창작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거북이북스에서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거북이북스는 만화를 근간으로 어린이 동화, 그림책, 그래픽노블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한 출판사다. 더욱 풍요로운 만화 생태계를 위해 만화 비평 전문 웹진 ‘유어마나’도 오픈했다. 웹진 ‘유어마나’의 초대작가 코너에서는 다양한 독립만화가의 작품을 실었는데, 이 독립만화가들의 책이나 굿즈, 그리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유어마나 가게’다. 작은 공간이지만 작가 초대전도 연다. 오는 3월11일까지 여덟 번째 전시 ‘과자마나’ 전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또 거북이북스의 작가 사인본이나 소장 가치가 있는 책들을 독자에게 직접 선보인다.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이곳은 시인 유희경이 운영하는 시집만 파는 가게다. 서울 신촌기차역 앞에 있는 카페 한구석에 33㎡ 남짓한 공간을 빌렸다. 작은 공간이지만 하루 평균 50명 가까운 독자가 찾아오고 있다.

이 서점에 꽂혀 있는 시집은 대략 1500여 종. 유 시인이 동료, 독자와 함께 고른 시집이다. 시와 관련한 행사도 열고 있다. ‘목요일의 낭독회’는 공간을 나눠 쓰고 있는 카페와 함께 만들어 가는 시 낭독회다. 50명 정원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낭독회인데, 늘 만석을 기록하고 있다. 독서 모임 ‘두 시간 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오붓하게 모여 2시간 동안 아무 대화 없이, 휴대폰도 반납한 채 한 권의 시집을 읽고 헤어진다. 강연 ‘함께 읽기’ 시리즈는 시인의 시와 시인의 삶을 연결해 보다 넓고 깊은 시적 ‘앎’을 지향한다.

◆심리 전문 ‘앨리스의 별별책방’

청주 유일의 북맥서점이다.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안주는 시, 수필, 소설, 독립출판물 등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 소소하게 즐길 수 있다. 심리학자인 책방지기가 직접 고른 책을 판매한다. 미리 예약하면 심리 상담과 책 처방이 가능한 심리 전문 서점이다.

동네와 동네가 함께하는 문화 공유도 다채롭게 시도되고 있다. 북 토크, 독서 모임, 심리학 스터디 모임, 별별꼬물락(원데이 클래스: 새로운 나, 내 안의 나를 살펴보기), 북 플리마켓 등 실험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머리는 시원하게, 가슴은 따뜻하게, 인생은 순수하게’가 책방지기의 철학이다. 머리와 마음이 시원해지는 곳에서 책과 이야기, 사람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형태의 즐거움을 시작하는 곳이다.

◆독립출판 ‘책봄’

맥주와 책, 고양이가 있는 경북 구미시의 자그마한 동네 책방이다. 책방이 있는 산책길은 벚꽃이 피는 봄에 특히나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책방 이름의 ‘봄’에는 ‘책방에 오면 사계절 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책방지기의 작은 소망’을 담았다.

이곳에선 일반 서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모임 활동을 통해서 책과 음악, 영화 등의 공통 관심사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책방에는 책방 고양이 ‘봄이’가 손님을 맞는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길고양이를 돕는 유기동물보호센터를 후원한다.

배현정 한경 머니 기자 gr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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