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오징어·낙지부터 통일해야겠네요"… 화기애애했던 '남북 오찬'

입력 2018-02-10 17:18   수정 2018-02-10 19:50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있다.  20180210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청와대서 가진 오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김영남 위원장이 1928년 생이고 2월4일 생이다”라고 소개하자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제 어머니가 1927년 생이다. 대통령되는 바람에 자주 찾아뵙지를 못하고 있다. 아흔을 넘기셨는데 뒤늦게나마 생신 축하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영남에게 “건강관리 비법이 뭐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김영남은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건재했으면 한다”며 웃었다.

문 대통령 “저는 등산과 트래킹을 좋아하는데 히말라야 5900m 까지 올라갔다. 젊었을 때 개마고원에서 한 두달 지내는 것이 꿈이었다. 저희 집에 개마고원 사진도 걸어놨었다. 그게 이뤄질 날이 금방 올 듯 하더니 다시 까마득하게 멀어졌다. 이렇게 오신걸 보면 맘만 먹으면 말도 문화도 같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김여정은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오기가 힘드니 안타깝다. 한 달 하고도 조금 지났는데 과거 몇 년에 비해 북남관계가 빨리 진행되지 않았나.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에게 “개막식을 본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고, 김여정은 “다 마음에 듭니다. 특히 우리 단일팀이 등장할 때가 좋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처음 개막식 행사장에 들어와 악수를 했는데 단일팀 공동입장 때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시 축하 악수를 했다”고 말했다. 김영남 역시 “체육단이 입장할 때 정말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김영남은 “역사를 더듬어보면 문 씨 집안에서 애국자를 많이 배출했다”며 문 대통령의 성씨와 관련 덕담도 했다. 김영남은 “문익점이 붓대에 목화씨를 가지고 들어와 인민에게 큰 도움을 줬다. 문익환 목사도 같은 문 씨이냐?”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렇다. 그 동생분인 문동환 목사를 지난해 뵈었다”고 답했다.

천안 호두과자가 후식으로 나오자 문 대통령은 “이 호두과자가 천안지역 특산 명물이다. 지방에서 올라오다 천안역에서 하나씩 사왔다”고 소개했다. 김영남은 “건강식품이고 조선 민족 특유의 맛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인사했다.

오찬에서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갔다. 김영남은 “남측에서 온 분을 만났더니 할머니에게 함흥 식해 만드는 법을 배웠고, 그래서 많이 만들어 먹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도 식해를 잘 만드는데 저는 매일 식해를 먹고 있다. 함경도는 김치보다 식해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김영남은 “남측에서도 도별로 지방 특색음식이 있겠죠”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그렇다. 향토음식이 다양하게 있다”고 답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오찬 분위기를 푸는 데 거들었다. 임 실장은 “남북한 언어의 억양이나 말은 어느정도 차이가 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라고 말했다. 김여정은 “우리와 다른데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고 농담하며 웃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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