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성 기자 ]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 업무보고. 부동산시장 관심은 재건축 규제 여부에 쏠렸다. 업무보고에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서울 강남권을 겨냥해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을 시사한 만큼 구체적인 정책이 담길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 분양에 장기적으로 후분양을 유도한다는 내용 외에 주택 분야에선 새로운 게 없었다. 8·2 대책, 주거복지 로드맵 등 지난해 내놓은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게 대부분이었다.
정부가 강남 재건축을 둘러싼 구두(口頭) 개입에 나서면서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김 장관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며칠 사이로 현재 30년으로 돼 있는 재건축 연한 연장과 관련해 엇박자를 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면적 기준 서울 내 주거용 건축물 중 30년 이상 된 곳은 19.25%다. 자치구별로 보면 용산(29.9%), 양천(29%)이 나란히 가장 높았다. 강남(28.5%), 송파(26.8%), 강동(24.8%), 서초(25%) 등도 높은 수준이다.
강남, 서초, 용산 등은 서울 내에서 평균 집값이 가장 높은 곳이다. 낡은 아파트 재건축과 집값 상승이 밀접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재건축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 방향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로펌 변호사 A는 “1년치 수입이 재건축시장에서 하루 만에 오가는 게 신기하고 한편으론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초과부담금도 법적 근거가 있는 만큼 부과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근거와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조가 비슷한 토지초과이득세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지만 “위헌 여지가 없다”며 호도하는 국토부 주장은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재건축 관리처분인가를 다시 검토하라는 국토부 구두 지시에 서초·송파구 등이 일제히 반발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김 장관은 지난달 공식석상에서 재건축 연한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이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선 “30, 40년을 말한 적이 없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말보다는 시장이 왜 정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지 경청하는 ‘귀’가 필요한 때다.
ih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