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국GM 위기 초래한 크루즈

입력 2018-02-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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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실패 '철수설' 도화선 돼
한국에 글로벌 신차 배정 부정적인 GM




궁지에 몰린 한국GM(구 GM대우)에 산업계 관심이 뜨겁다. 제너럴모터스(GM) 수뇌부인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임기 시작과 함께 방한해 '구조조정, 혹은 철수'를 언급하며 정부에 증자 및 재정 지원을 요청한 게 알려지면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GM 철수설이 고개를 든 것은 한국GM이 자본 잠식에 빠지고 지난해 급격히 판매가 악화하면서다. 2013년 쉐보레 유럽 철수 결정으로 수출 물량이 줄어든 게 경쟁력 악화의 1차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철수설에 도화선이 된 것은 주력 차종 크루즈의 부진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루즈의 판매 부진은 군산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급기야 가동 중단 사태까지 맞게 했다.

2010년 23만7000여 대가 군산공장에서 조립됐던 크루즈 생산물량은 2013년 10만6800대로 줄었다가 이듬해 5만대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는 신차가 투입됐지만 생산량은 2만3000대에 그쳤다.

국내 판매중인 크루즈는 GM 본사와 노동조합 간 오랜 줄다리기 끝에 3년 전 한국 생산이 결정난 차였다. 그런데 쉐보레 유럽 철수로 수출 물량이 줄어든 데다 안방에서조차 외면받는 사이 공장 가동률은 곤두박칠쳤다. 지난해 군산공장 생산 물량만 놓고 보면 한국 생산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가동률이 악화됐다.

크루즈 실패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출시 초기 에어백 문제에 따른 생산 지연과 경영진의 잘못된 가격 정책 등 출시 초기 '잡음'이 문제였다. 제품 발표 후 군산공장은 부품 하자로 신차 생산을 미루면서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차급 대비 비싼 가격은 추후 가격을 낮췄지만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긴 역부족이었다.

GM 본사는 해외 사업장을 대상으로 다음달 글로벌 전략 신차의 생산지 배정을 결정한다. 새로운 신모델의 한국공장 배정 유무가 향후 한국GM 존폐 여부를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노조도 GM 경영진에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려 줄 연 20만대 이상 규모의 신차를 배정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자본 잠식에 빠진 한국GM은 이제 구조조정 수순을 밟을지, 철수할지 중대기로에 서 있다. 누적 적자만 지난 4년간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GM은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는 대응 마련에 나선 상황이어서 적정 선에서 거래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다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한국GM이 만성적자인데 미국 지주사인 GM홀딩스에 높은 대출이자와 불투명한 목적의 업무지원 비용을 지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없이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계 전문가는 "자구책 없이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GM의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호주(GM홀덴)와 같이 정부 지원을 받고도 철수한 사례가 반복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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