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입력 2018-02-12 17:37   수정 2018-02-22 16:18




(김세훈 BCC 지사장) 중국인과 미국인 등으로 구성된 신입사원들이 임원들이 있건 없건 유창한 영어로 자유롭게 애기하고 서로 소통한다. 직급과 상관없이 해당부서의 임원에게 격의없이 질문하고 토론한다.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한 '유니콘' 스타트업의 월요일 아침 월례회의 광경이다.

현재 중국 스타트업의 핵심 인재들은 바로 '바링허후(1980년대 출생자)'들이 주축이다. 1980~90년대 급속한 경제발전의 수혜를 입은 세대다.

중국 명문대 졸업생인 중국인 S씨. 그는 국내 대기업의 해외영업팀에 취업한 4년차 직장인이다. 88년생으로 바링하후이다. 한류광으로 한국어 실력이 수준급이다. 영어 실력도 훌륭하다. 그가 한국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내가 맡고 있는 한국 주재 외국계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직장내 수평문화 vs 상명하복 문화

“일주일에 3일은 밤 11시까지 야근합니다. 담당부장이 요청한 50 페이지 보고서도 만듭니다. 물론 이 보고서는 상무님이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혹시 물어볼 수도 있어 이런 자료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희의감을 갖습니다. 그러니까 제 일은 상사가 자신의 상사의 눈치를 살피며 대비하는 자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율적으로 일하고 책임감을 느끼는 업무를 하고 싶습니다."

중국의 평등 문화는 직장에서 뚜렷해진다. 직장 평등문화는 중국 공산당 이념을 토대로1980년부터 진행됐다. 유교사회에 뿌리 박힌 상명하복 문화와 사농공상의 문화를 과감히 버리고 중국식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확립해갔다.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자유로운 토론으로 창의적인 의사결정 문화를 차곡차곡 형성했다.

그런데 우리 기업 내부는 여전히 상명하복의 문화가 있다. “까라면 까야 하는" 기업 문화는 최고 경영진이 무능할 경우 위험요소가 된다.

중국의 경제발전과 교육진흥

현재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1980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경제개혁 이래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의 양대산맥으로 우뚝 섰다. 중국의 GDP는 2017년 IMF 기준 명목기준 11조 9,375억 달러이며 한국은 중국의 GDP의 12 퍼센트인 GDP (1조4천억달러) 정도이다. 미국의 GDP인 17조 4천억달러의 70%로 바짝 다가섰다.

싱가폴의 영자신문 스트레이트타임(Straight Times)은 사설에서 "2012 ~17 년 사이 중국의 '경기 둔화'과정은 안정적이었다. 폭발적인 경제성장은 없으나 L자형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진핑(Xi Jinping) 주석은 2012 년 11 월 집권 이후 정부 관료, 국영 기업 및 군대에서 부패를 크게 줄여나갔다. 중국 경제는 통제된 정책-철강, 시멘트 및 알루미늄 등의 초과 생산 능력 제한 등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최근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정치적 경쟁자가 전무후무한 만큼 시 주석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보도를 실었다. 시 주석의 2기 집권으로 더 효율적인 경제정책이 추구될 것이라는 분석을 곁들였다.

이러한 경제정책의 안정감 뿐 아니라 눈여겨봐야 할 것들이 있다. 바로 중국 정부의 교육과 일상 학습에 대한 지원이다. 지난해 10 월, 중국 제19차 공산당 전국 총회에 제출 된 보고서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향상시키고 학습 사회를 건설하는 노력을 강화해 모든 국민의 균형적인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과거를 향하는 질문을 던지는 한국인들

나는 얼마전 한 대기업의 중국 현지 법인장을 맡고 있는 한국인을 방문했다. 함께 간 중국인 동료들은 영국 및 미국에서 수년간 유학하여 수준급의 영어를 구사하는 엘리트 중국인들이었다. 그런데 한국인 법인장은 이들에게 "출신지가 어디세요?” “어느 학교를 나오셨어요?”라는 첫 질문을 던졌다. 과거를 향하는 질문이었다.

지금 중국은 과거에 ?매이지 않고 미래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과거에 적인가, 동지인가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이것이 중국의 신경제주의다. 물론 중국기업들은 중국의 BAT (Alibaba, Baidu, Tencent)처럼 공룡기업들이 시장을 주무른다. 그러나 일반 기업 간 거래질서에서 우리의 '갑을'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인들은 과거의 관계 속에서 현재의 관계를 엮어나가기보다는, 돈이 되면 누구와도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객, 투자자 등 이해당사자가 평등한 입장에서 타산을 따지고, 상업적인 가치를 평가한다. 따라서 의사결정 또한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으로 진행된다.

중국 전문가가 부족한 한국의 현실

2016년 7월13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중국 측의 사드보복의 후폭풍은 여전하다. 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사드 보복 피해액은 연간 8조5000억~22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사드배치부터 도입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치고는 너무 가혹한 결과다. 특히 중국 경제보복을 읽어낼 전문가가 없었다는 것은 뼈아프다.

수년 전 한 네덜란드 기업의 임원을 만났다. 네덜란드인들은 왜 언변이 유창하고, 외국어에 능통한지 물어보았다. “우리나라는 유럽의 강대국에 비하면 작은 나라입니다. 강국이 훅 불면 날아갈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네덜란드인들은 3개 국어를 하고, 달변가가 되어야 합니다."

수준급의 중국어를 구사하고 해당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며 수십년간 한국상품의 현지화에 기여한 기업 주재원이나 재외공관들도 많다. 하지만 중국에 나가 있는 일부 공무원이나 주재원들은 중국어에도 능통하지 못하고 영어조차 구사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을 잘 아는 전문가를 해외 곳곳에 보내야 하건만 자격미달의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이들은 대체로 해외에 주재하는 동안 한국에서 이뤄지는 본사의 사업내용과 자신이 본사에 복귀하였을 경우 사내역학 구도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올바른 외국어 교육의 필요성

글로벌 영어교육기관EF가 지난해 발표한 영어구사력 관련 데이터(English Proficiency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80여개 국가 중에 30위를 차지했다. 1위 네덜란드, 5위 싱가포르 13위 말레이시아 보다 낮은 점수였다. 의무적으로 10년간 영어교육을 학교에서 받고 토익점수도 900점이 넘지만 실제 구사력은 형편없는 셈이다.

최근 교육부는 한자병기를 이행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런데 한국어는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60% 이상이며 전문용어일수록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한자의 이해도는 중국어 학습능력과도 비례한다. 한자학습을 장려하고 더 나아가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학습을 장려하여 나가야 하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다수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다언어(多言語, Multi-lingual) 한국인을 만들어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데 아쉽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중간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작은 땅, 한정된 자원이지만 괄목할만한 IT기술과 반도체분야 경쟁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다. 두 강대국의 정치와 무역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그 나라의 언어-기업-정치-문화 전문가가 한국에서 많이 길러져야 한다.

오른쪽 어깨에는 성조기를 달고 왼쪽 어깨에는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달고 가슴에는 태극기를 품어 질주하는 새로운 인재가 절실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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