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실장 방미 후 한·미 정상 대북정책 조율할 듯
대북특사 파견 검토… '임종석-김여정 라인' 움직이나
800만달러 북한 지원은 국제기구와 계속 협의
[ 정인설/조미현 기자 ]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후속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이후 마련된 남북 대화 분위기를 살려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으로는 대북특사 카드를 검토하며 남북 정상회담을 물밑 조율하는 한편 밖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 4강과 핫라인 가동을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해 조만간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화 모멘텀 살리기에 주력
청와대는 12일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이후의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장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면담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의 의견도 들을 예정이다.
청와대는 또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설명할 계획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한 데다 김정은의 친서 내용에 대해 4강이 궁금해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청와대는 미국과 대북 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른 시일 내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정책을 조율해왔다. 정 실장이 미국을 방문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의 방북 초청에 따른 대응 방향을 조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한·미 간 의견 교환을 거친 뒤 대북특사를 보내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북·미 대화를 유도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해 문 대통령 의중을 대변할 수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 원장, 조 장관 등이 특사 후보로 거론된다. 대북특사는 김정은의 특사 역할을 한 김여정과 지속적인 남북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여정은 지난 10일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특사 자격으로 왔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대북 지원은 협의 중
통일부를 중심으로 정부 부처도 대화정국을 준비하는 후속작업에 들어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관련 동향을 봐가면서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후속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여러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미 간에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다만 직접적인 대북 지원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등이 대북 제재를 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먼저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사업 지원도 조심스러운 태도다.
정부는 작년 9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식품제공 사업에 450만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등 지원 사업에 350만달러를 각각 공여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통일부는 이날 ‘대북지원 800만달러를 이달 내 집행할 것’이라는 일부 매체 보도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며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시점에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인설/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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