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3600억원 '뭉칫돈'
"올해는 실적대비 주가수준 부담
ETF보단 액티브 펀드 유망"
[ 최만수 기자 ]
재테크 시장에 베트남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이 25%를 넘어 중국 펀드를 제치고 해외 펀드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들어서만 3600억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일부 펀드는 투자가 몰리자 신규 및 추가 가입을 중단(소프트클로징)하기도 했다.
베트남 펀드의 원동력은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는 베트남증시에 나온다.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70%가 생산가능인구인 젊은 국가다. 교육열도 한국의 1970~80년대와 비슷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인력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호조로 신흥국 주식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베트남증시의 상승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ETF도 인기
국내 자산가들은 베트남 투자에 한동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베트남 투자 열풍은 2006~2007년에도 있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후 베트남 주식 시장은 오랫동안 침체를 겪었지만 2012년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베트남의 코스피지수에 해당하는 호찌민VN지수는 작년 42.3% 상승했다. 2008년 300대까지 주저앉았다가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에 힘입어 11년 만에 1000선을 재돌파했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도 대부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베트남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공모펀드)의 1년간 수익률(2월7일 기준)은 36.32%(2월 1일 기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19%)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베트남 펀드 투자에서 가장 앞선 자산운용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이 운용사의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 설정액은 약 6000억원으로 국내 전체 베트남 펀드 자금의 6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약 1500억원이 몰려 지난달 신규 및 추가 가입을 중단(소프트클로징)했다. 이후 다른 펀드들에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대안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인 ‘KINDEX베트남VN30(합성)’이다. 국내 증시에 유일하게 상장된 베트남 관련 ETF로 호찌민VN지수를 추종한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이 47.0%로 국내 베트남 펀드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ETF 수익률이 경쟁 펀드보다 높은 비결은 추종 지수인 VN30의 종목 구성에 있다. 김현빈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장은 “VN30지수에서 여섯 개 종목은 외국인 투자가 제한돼 있다”며 “ETF는 이와 관계없이 전체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일반 펀드보다 높다”고 말했다.
한국시간으로 오전 11시께 열리는 베트남지수 변화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ETF의 장점으로 꼽힌다. ETF 특성상 현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어 유동화가 쉽다는 점도 있다.
◆PER 20배, 과열 우려도
직접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베트남 펀드의 장점은 베트남 현지에 사무소를 두고 전문매니저가 직접 기업을 분석해 투자한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신흥국 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모두 올랐기 때문에 한국증시처럼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했지만 올해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있는 만큼 종목을 적극적으로 고르는 ‘액티브형 펀드’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진욱 미래에셋자산운용 베트남사무소장은 “베트남 같은 신흥국은 정부 정책 수혜를 받는 업종 대표주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베트남’, IBK자산운용의 ‘IBK베트남플러스아시아’, 유리자산운용의 ‘유리베트남알파’ 펀드 등이 대표적으로 올 들어서도 3%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다만 베트남 경제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출의 50%를 중국과 미국, 일본 3개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대외 변수에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VN30지수에서 여섯 개 종목은 외국인 투자가 제한돼 있을 정도로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것도 베트남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작년 가파른 증시 상승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까지 올라간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베트남 금융당국이 증시 과열을 막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런 위험 요인에도 베트남에 대한 투자 매력은 여전히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책 기대감, 성장성, 안정적 환율 흐름 등에 힘입어 올해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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