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 '미투 운동'(#Metoo, 나도 당했다)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과거 성추행 당한 사실을 털어놔 눈길을 끌고 있다.
김수희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극계 권력자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그는 "10년도 전의 일이다. 극단 일이 워낙 많고 힘들다 보니 버티는 동기가 거의 없었고 내가 중간 선배쯤 되었을 때다. ‘오구’ 지방공연에 전 부치는 아낙으로 캐스팅이 됐다. 주로 사무실에서 기획 업무를 많이 했지만 공연이 많다보니 나같이 연기에 재능이 없는 사람도 작품에 투입이 됐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전화 건 이는 연출자였고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왜 부르는지 단박에 알았다. 안마를 하러 오라는 것이다. 그는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 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그게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업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 안 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자기 성기 가까이 내 손을 가져가더니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 내 손을 잡고 팬티 아래 성기 주변을 문질렀다"고 썼다.
김 대표는 "나는 손을 뺐다. 그리고 그에게 ‘더는 못하겠습니다’란 말을 꺼냈다. 그의 방에 들어와 처음 했던 말이었던 거 같다. 나는 방을 나왔고 지방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도 한두 편의 작업을 더 하고 극단을 나왔다. 정해진 일정이었고 갑자기 빠질 수 없어서였다"고 밝혔다.
또 그는 "대학로 골목에서, 국립극단 마당에서 그를 마주치게 될 때마다 도망 다녔다. 무섭고 끔찍했다. 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늘 그 연출이 국립극단 작업 중 여배우를 성추행했고 국립극단 작업을 못하는 벌 정도에서 조용히 정리가 되었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여전함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폭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수 매체에 따르면 김 대표는 구체적인 실명을 쓰지는 않았지만 연극 '오구'의 연출가라는 대목과 밀양이라는 지명 등이 이윤택 연출가를 지목하고 있다. '오구'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적 기획전인 '굿과 연극' 시리즈 중 하나로, 이윤택이 작/연출을 모두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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