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많아 설에도 문래동 공장 돌려요"

입력 2018-02-14 15:47  

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강시광 정우산업 사장

가방끈·고무 등 자르는 '슈퍼커터' 생산
도산 아픔 딛고 해외시장 도전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 김낙훈 기자 ] “이번 설에는 일이 많아 하루밖에 쉴 수 없어요. 미리 부품을 조립해야 밀린 주문에 응할 수 있거든요.”

도산의 아픔을 겪고 재기의 길을 걷고 있는 서울 문래동 정우산업의 강시광 사장(65·사진)은 희망에 차 있었다. 1인 기업이어서 더욱 바쁘다. 개발 생산 영업 등을 모두 혼자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50년째 현장 기술자로 살아가는 강 사장은 벨크로절단기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일명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는 한쪽에 갈고리, 다른 한쪽에 걸림고리가 있어 서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다. 옷과 가방에 지퍼 대신 널리 사용되는 소재다.

충남 서천 출신인 강 사장은 10대 초반에 상경했다. 라디오와 TV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기술을 배운 뒤 10대 중반부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구로동에 있는 동남샤프와 크라운전자 등에서 일했다. 1989년 서울 당산동에서 절단기 개발을 시작해 1990년 실용신안특허를 낸 뒤 정우산업을 창업했다. 가방끈, 지퍼원단, 마스크끈, 고무튜브관 등을 일정한 길이로 절단하는 ‘슈퍼커터’ 기업(벨크로절단기, 위빙절단기)으로 이름을 날렸다.

벨크로절단기는 일명 ‘냉칼’로 불린다. 상온에서 가위처럼 자르는 기계다. 위빙절단기는 ‘열칼’로 불리며 고온으로 지져 섬유의 올이 풀리지 않게 자르는 기계다.

강 사장은 “한때 종업원을 15명까지 늘렸고 신정동에 자체 사옥도 마련했다”며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졸지에 도산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사옥을 팔아 부채를 갚고 재기를 모색하던 그는 2012년 문래동으로 이전해 1인 기업으로 재출발했다. “혼자 개발하고 생산하고 납품하려니 몸은 고달프죠. 일이 밀리면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합니다. 하지만 보람도 그만큼 큽니다.”

2층짜리 임차공장(연면적 약 100㎡)을 쓰는 정우산업의 1층은 공장, 2층은 전시장이다. 강 사장은 “마케팅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다행히 문래소공인특화지원센터에서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주는 덕분에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2층 전시장에는 30여 대의 제품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돈으로 창업한 사람은 한 번 망하면 재기하기 힘들지만 기술로 창업한 사람은 언제든지 재기할 수 있다”며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절단기 2대를 수출했는데 앞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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