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이 혹한에도 꼼짝없이 2시간이나 덜덜 떨어야 했던 까닭은?

입력 2018-02-16 00:03   수정 2018-02-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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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이 4일차에 접어들던 지난 11일 오전 6시. 강릉 관동대와 강원대 삼척 캠퍼스 등에 마련된 올림픽 근무자 숙소에선 자원봉사자들은 1시반 반은 기본, 길게는 2시간 넘게 출퇴근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기존 운영인력 담당 버스(TW)들이 다른 곳에 투입되면서 ‘펑크’가 난 것이다. 8시가 가까워지면서 출퇴근 버스를 타려는 자원봉사자들의 줄은 수십 미터씩 늘어섰다. 오는 버스마다 승객들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강릉 올림픽파크 남문과 강릉아트센터 인근 삼거리. 퇴근하는 자원봉사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연신 출퇴근용 버스가 섰지만 자원봉사자들은 탈 수 없었다. 포기하고 택시를 잡거나 일반 버스를 잡기 위해 한없이 기다려야 했다. 자원봉사자 뿐 아니라 미디어 관련 인력도 타는 TC 버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이한 것은 전용차량인 TC, TW 버스에 일반인 승객이 부지기수였다는 점이다.

◆“부서간 협의 없이 공짜표 배부”

‘패션(passion) 티켓’으로 불리는 올림픽 경기 공짜표 탓에 애꿎은 올림픽 근무자들이 추위 속에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공짜표를 받은 일반인들이 TC, TW 등 운영인력용 버스를 먼저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입장권을 담당하는 부서가 관련 부서와 협의도 없이 패션티켓을 찍어냈다”고 지적했다. 패션티켓은 지정석이 아닌 빈 자리에 앉아서 볼 수 있도록 하는 티켓으로 최근 조직위가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관련 기관 등에 나눠주고 있는 일종의 입석티겟이다. 이 패션티켓을 받으면 운영인력용 전용 버스를 탈 수 있다. 반면 일반인용 버스인 TS는 강릉역이나 터미널로 향하는데도 종종 빈 채로 다니고 있다.

◆“단시간 내 개선책 마련 쉽지 않아”

조직위 담당 인력들은 현장에서 패션티켓만으로 운영인력용 버스에 타려는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련 부서와 협의해 패션티켓 발매량을 줄여야 하는 데다, 버스 운영에 대한 기존 방침도 바꿔야 해 문제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버스기사 A씨는 “운영인력용 AD카드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특히 경기가 끝나는 저녁시간대에 패션티켓 받은 사람들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버스 기사가 AD카드는 확인하지만 차량이 뒤에서 기다리는데 평상복 입은 사람들 일일이 확인해서 못 들어오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쇼트트랙 경기가 집중된 17일이 가장 큰 문제다. 대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날 최민정, 심석희, 김아랑이 출전하는 쇼트트랙 1500m 여자부 예선부터 결승 경기가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서이라, 황대헌, 임효준이 출전하는 남자 계주 결승 경기까지 있다.

◆‘교통 난맥상’...해결책은 있지만 아무도 안 쓴다

패션티켓이 관중석 채우기 용으로 무차별 살포되는 것도 문제지만, 초과 교통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공유차량’서비스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조직위는 이미 지난달 초부터 벅시와 이지식스, 그린카 등 차량공유서비스회사와 제휴를 맺고 공식 교통앱(응용 프로그램)인 ‘고(go) 평창’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앱 다운로드 횟수는 6만회에 가깝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서비스 이용법을 몰라 쓰지 못하고 있다.

차량공유서비스회사들은 교통수요에 맞춰 승합차 등을 렌트하고 승객을 실어나른다. 이용방법은 일반차량과 동일하다. 자원봉사자 B씨는 “이런 서비스가 있는진 알았지만 생경한 데다 정보도 없어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직위가 차량공유서비스 홍보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건 택시업계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위는 최근 태도를 바꿔 리플렛 등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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