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단도 숙소에서 비공개 축하행사 했을 듯”
탈북자 출신 북한 연구자들 지적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이 설날이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북한 명칭 ‘광명성절’)이었던 지난 16일 숙소인 강원 인제스피디움에서 두문불출한 가운데, 이들이 자체적으로 김정일의 생일을 챙겼을 것이란 관측이 탈북자 출신 연구자들로부터 나왔다. 올해 설날은 공교롭게도 김정일의 생일과 겹쳤다. 김정일 생일은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월15일)과 더불어 북한 최대의 명절로 성대히 기념한다.
북한 대외보험총국 간부 출신으로 2003년 탈북한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광명성절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굳이 비유하자면 크리스마스보다 훨씬 위대하게 기념한다고 보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라며 “요즘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생일 태양절보다 광명성절을 더 크게 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설날과 날짜가 겹쳤다면 당연히 광명성절이 훨씬 우선한다”며 “응원단에서도 이걸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01년 탈북한 뒤 2005년 일본 도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최경희 샌드연구소(옛 통일비전연구회) 대표는 “아마 숙소에서 모여 비공개적으로 김정일 생일 관련 축하행사를 했을 것 같다”며 “200명이 넘는 인원이 한 달 가까이 한국에 머무는 만큼, 같이 와 있을 당 간부들이나 보위부 성원들이 응원단 내부 단속을 더욱 철저히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 응원단 중 대부분은 중상류층 자녀들이며, 고위급이나 최상류층은 거의 파견하지 않는다”며 “중상류층에겐 어느 정도 김정은 체제의 ‘당근과 채찍’이 먹히지만, 그 이상 계급으로 올라가면 바깥 세상 소식을 더 자주 접하고 이해관계부터 먼저 따지기 때문에 관리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선 김정일의 생일에 일반 주민들이 동상이나 초상화 앞에 이른바 ‘김정일화’라 부르는 꽃을 바치고, 각종 체육행사와 공연들이 열린다. 설날에도 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 등을 먼저 찾은 후 성묘를 지낸다.
북한 응원단은 지난 16일 오전 응원단 중 일부가 여자 알파인스키 응원을 위해 용평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곤 숙소인 인제스피디움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숙소 앞 자동차경주장 주차장에서 취주악단 공연 연습 및 야외 운동회를 했다. 북한 응원단은 자체 행사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 듯 남측 당국에 취재진 등의 접근을 통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행사가 진행된 서킷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입구를 모두 통제했다. 당초 통일부는 “인제스피디움의 협조 아래 응원단에 윷놀이, 투호 등 전통 놀이와 탁구, 당구, 배구·배드민턴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호텔 내 부대시설, 인제스피디움 내에 있는 자동차박물관인 인제스피디움클래식카 박물관 관람도 제안했지만 북한 응원단 쪽에서 모두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응원단은 17일 강원 평창 상지대관령고등학교 내 가설 전시장에서 개최 중인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평창 특별전을 관람할 계획이다. 또 정확한 공연시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창 올림픽플라자 인근에서 약 30분간 취주악단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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