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병 뇌전증, 치료하면 일상 생활 가능하다

입력 2018-02-17 14:17  


뇌전증은 '간질'로 불렸다.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일그러진 얼굴로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모습이 마치 귀신 들린 것같다고 해 사회적 편견이 심했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는 2014년 공식적으로 명칭을 바꿨다.

뇌파 측정기기가 발달하고 신경생리학이 발전하면서 뇌전증이 뇌 신경세포가 어떤 이유로 지나치게 흥분해 발병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대한뇌전증학회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50만 명이다. 매년 3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새로 생겨난다.

뇌전증은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뉜다. 부분발작은 대뇌피질의 특정 부위에서 일어난 과도한 전기 신호에 기인한다. 한쪽 손이나 팔을 까딱거리거나 입꼬리를 당기는 행동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자율신경계 증상까지 다양하다.

전신발작은 이상 전기 신호가 대뇌 양쪽 반구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해 시작한다. 소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소발작은 정상적으로 움직이다가 갑자기 멍하니 앞 또는 위를 바라보는 것으로 수초간 의식을 잃는다. 대발작은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증상으로 갑작스런 실신과 함께 호흡 곤란, 청색증, 신체 강직 등을 보인다. 그밖에 근육 수축이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근육간대경련발작, 온몸에 힘이 빠지며 의식을 잃는 무긴장발작 등이 있다.

뇌전증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 같은 검사기기 성능이 개선되면서 과거엔 파악하기 힘들었던 뇌의 미세한 변화를 발견함에 따라 뇌전증 원인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고 있다.

연령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소아·청소년은 선천성 기형, 분만 중 뇌 손상, 중추신경계의 급성 감염, 뇌의 발달 이상 등이다. 성인은 사고로 인한 뇌 손상, 뇌혈관질환, 뇌종양 등이다.

뇌전증은 불치병이 아니다. 박용숙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70%는 항경련제를 일정 기간 복용하면 경련 발작을 멈출 수 있다"며 "전체 뇌전증 환자의 40%는 2~3년 동안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완치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약을 복용해도 재발하는 40%는 5년 이상 꾸준히 복용해 소발작 형태로 증세가 나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약물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뇌전증은 수술이나 케톤 식이요법, 미주신경자극술 등을 고려해야 한다. 2년간 최소 2가지 이상의 약물을 사용했음에도 월 1회 이상 발작이 반복되면 난치성 뇌전증으로 간주한다. 수술 기법이 향상되면서 뇌종양, 동정맥 기형(동맥과 정맥이 서로 엉켜 모세혈관과 연결되지 않은 선천적 결함)처럼 부분발작을 야기하는 요인이 뚜렷한 경우 수술 예후가 좋다.

케톤 식이요법은 고지방, 저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이다. 인체가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을 때 케톤이란 유기화합물이 생성되는데 발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미주신경자극술은 목을 지나는 미주신경(지각, 운동, 분비를 관장하는 주요 뇌 신경의 하나)을 자극해 뇌 신경의 이상 반응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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