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걱정하는 것을 기우(杞憂)라고 한다. 그 기우 때문에 경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자영업을 하는 H씨(42)는 상가주택을 매수하기 위해 권리분석에 들어갔다. 등기부를 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가압류, 3순위 가처분, 4순위 경매개시결정 순이었다. 기준권리(근저당권)와 함께 뒤에 나오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차인 A, B, C 때문에 걱정이 됐다. 다행히 A는 대항력을 갖춰 배당요구를 했고, 보증금 전부를 배당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 물론 임차인 B와 C는 대항력이 없어 매수인에게는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H씨는 경매 참여를 포기했다. 임차인 명도 문제를 너무 많이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경매에 있어 매수인은 명도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인도명령제도’가 있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도명령제도는 대항력이 없는 점유자(임차인, 소유자, 채무자 등)가 주택을 비워주지 않을 경우 매수인에게 그 주택을 인도해 주도록 법원이 명령하는 것을 말한다. 인도명령은 대금을 납부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이때 채무자를 비롯해 소유자, 임차인이 인도명령을 거부할 경우 매수인은 집행관에게 그 집행을 위임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136조 참조).
인도명령의 집행력은 경매목적물의 소유자나 채무자 이외에도 매각허가결정 후의 일반승계인을 비롯해 경매개시결정 이후의 특정승계인 및 불법 점유자를 포함하고 있다(대법원 73마734 참조). 또한 채무자와 한 가구를 구성하고, 독립된 생계를 영위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채무자와 동일시되는 가족(배우자 등)에게도 미친다(대법원 96다30786, 98다16456, 16463 참조). 한편 우선변제권을 겸한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배당표가 확정될 때까지는 매수인에 대해 임차주택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97다11195 참조).
따라서 경매물건에 점유자(임차인 등)가 있다고 해서 골치 아픈 것은 아니다.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의 경우에도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는 경우 주택을 인도받는 것이 어렵지 않다. 게다가 대항력이 없는 점유자(임차인 등)의 경우에도 인도명령을 통해 주택을 인도받으면 된다. 만약 인도명령결정 이후에도 임차인이 심하게 몽니를 부리면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신속하게 강제집행을 통해 주택을 인도받는 것이 유리하다.
참고로 경매로 매수한 주택이 빈집인 경우에도 인도명령을 통해 인도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전 점유자(전 소유자 등)가 나타나 집안에 중요한 귀중품 또는 동산이 있었다고 주장해 민·형사 책임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매 주택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땐 경찰관을 대동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집행관 입회 아래 들어가야 법적으로 효력이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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