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각국이 법인세 인하, 규제개혁에 나서듯
가격기능과 근로의욕 발휘되도록 여건 다져야
최종찬 <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전 건설교통부 장관 >
최근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일자리 부족과 경제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정부는 규제완화와 노동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정책의 중점을 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부족, 특히 청년실업과 경제양극화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 정부는 새로운 각도에서 해결책을 시도하고 있다. 즉, 정부가 직접 개입해 법령이나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공무원과 공기업 채용을 늘리고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 청년고용할당제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해고를 어렵게 하고 정부와 공기업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임금 상승을 위해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고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재건축 요건을 어렵게 제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아파트 분양가 규제 등 정부의 직접 개입이 어느 정부보다 강화되고 있다.
과연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공무원이 직접 나서면 경제 문제가 더 잘 해결될 수 있는가. 고용 증대를 위해 공무원과 공기업 채용을 늘리면 그 비용은 모두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공공기관 인원은 한 번 채용하면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므로 비용은 해마다 누적된다. 공무원연금은 이미 세금으로 적자를 충당하고 있는데 그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세금으로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세계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할 것이다.
비정규직을 강제로 정규직화하는 것도 부작용이 크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것은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경영이 어려워져도 고용 조정을 못하기 때문이다. 고용 조정이 어려운 여건은 그대로 놔둔 채 정규직 채용을 강요하면 민간 기업은 아예 채용을 기피할 것이다. 로봇, 인공지능 등을 통해 인력 채용을 최소화하거나 노동 여건이 좋은 개발도상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다. 신규 채용은 더욱 줄어 청년실업은 더 늘어날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마찬가지다.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곳은 대부분 영세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임금 지급 여력이 크지 않은 계층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는 임금이 오를지 몰라도 많은 영세기업은 오히려 고용을 줄일 것이다. 이미 아파트 경비원을 축소하거나 시간제 고용자를 대폭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한 재건축규제도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최근 강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이유는 재건축이 완료되면 신축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것은 최근 공급이 줄어든 신축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질의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할 텐데, 재건축을 억제하면 공급이 줄어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어설픈 정부의 직접 개입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해결하기보다는 가격 기능과 기업 의욕 및 근로 의욕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즉, 고용이 안 되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최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없다. 한국GM의 군산공장 철수 결정에서 보듯이 기업이 망하면 비정규직 문제는 고사하고 일자리 자체가 없어진다.
독과점이나 환경 문제 등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경제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활동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복지시책의 확대 등 재정을 통한 소득 재분배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시장 기능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시장의 실패가 있으면 시장 기능이 작동하도록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대신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더 크다. 정부 개입이 큰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망한 것이 역사적 증명인 것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법인세 인하, 노동개혁, 규제개혁에 나서고 있다. 이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민생을 섣부른 정책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경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