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허영훈 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대표(사진)는 자신을 ‘기획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22사단 정훈공보장교, 삼성전자 반도체 기획팀을 거쳐 2006년 회사를 창업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을 기획에만 매진해온 것이다. 그는 2006년 국악 앙상블 ‘아라연’, 2016년 ‘서울모네챔버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각종 공연과 콘서트를 기획하는 문화예술 기획자로 이름을 알렸다. 아라연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2011년 ‘청와대 대통령 국빈만찬’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일하던 그의 눈에 비친 문화예술계는 주먹구구식이었다고 한다. 계약서 없이 일을 추진하거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에 의존하는 일이 잦았다. 허 대표는 “음악인들도 남들 하는 대로 유학 갔다 오고, 형식적인 귀국 독주회를 열 뿐 스스로 기획해 경력을 쌓고 참신한 공연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창단하고 총감독을 맡은 서울모네챔버오케스트라는 클래식 공연에 스토리를 입히고, 한국 무용가와 비보이를 무대 위에 올리는 등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클래식 공연장에서 똑같은 음악과 조명 밑에서 공연이 끝나기만을 기다린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라며 “이런 지루함을 없애려고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가 기획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기획의 본질은 새로운 시각에서 본질을 보는 것”이라며 “모두가 제대로 기획만 할 수 있다면 삶도 세상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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