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CT·MRI 보고 가는 관 등 넣어 치료
시술 정확성 더 높여
전신마취 대신 국소마취
환자 회복 속도 빨라져
전립샘 비대증 치료 등 활용 범위 갈수록 늘어
[ 이지현 기자 ]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의사를 위한 의사로 불립니다. 환자와 마주 앉아 진료하는 시간은 거의 없지만 각종 혈관질환, 암 질환 수술을 할 때 없어선 안 되는 존재기 때문이죠.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덕에 유명해진 외상외과 환자도 인터벤션으로 치료하는 일이 많습니다.”
권세환 경희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인터벤션 시술을 통해 전신마취 대신 국소마취로 환자를 치료하고 고통과 흉터, 치료 기간을 줄이고 있다”며 “시술 정확성과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보며 치료 부위에 가는 관이나 의료용 바늘을 넣어 치료하는 인터벤션 전문의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딴 뒤 대개 1~2년간 추가 펠로 과정을 거치면 인터벤션 전문의로 인정받는다. 그는 2005년부터 12년 넘게 인터벤션으로 환자를 치료해왔다. 암과 혈관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그는 국내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인터벤션 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권 교수는 인터벤션을 활용해 신장암 수술 전 암 크기를 줄이고 골육종 등 뼈에 생긴 암을 치료할 때 혈관을 막아 피가 적게 나도록 돕는다. 폐나 자궁 주변 혈관을 막아 암을 없애는 치료도 한다. 그가 근무하는 경희대병원은 1990년대 후반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신부전 환자에게 복막투석관을 넣는 치료를 인터벤션으로 했다. 이전에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지 않고 수술하다 보니 합병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다. 하지만 인터벤션이 도입되고 난 뒤에는 투석 환자들의 합병증 관리가 더 쉬워졌다. 권 교수를 통해 인터벤션 치료의 장단점을 알아봤다.
▷인터벤션 치료 생소한데.
“의대생조차 잘 모른다. 외래환자를 직접 보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이 알기는 더욱 힘들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환자 진료를 잘할 수 있도록 CT, MRI, 엑스레이 검사 및 판독을 하고 임상의사를 가이드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벤션은 중재한다는 의미로 약으로 치료하는 내과, 수술하는 외과의 장점을 취합해 환자를 치료한다. 수술대에 누운 환자의 영상검사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조직을 떼기도 하고 막힌 혈관을 뚫기도 한다. 출혈이 많은 외상환자는 피가 덜 나도록 혈관을 최대한 막는 시술도 한다. 수술한 뒤 혈액이나 고름 등이 고여 있으면 이전에는 수술을 해서 빼냈지만 지금은 인터벤션으로 간단히 빼낸다.”
▷시술 범위가 굉장히 넓어 보인다.
“크게 혈관질환, 비혈관질환, 암, 외상으로 나뉜다. 혈관질환은 대퇴동맥에 카테터 등을 넣어서 피나는 부위를 막아주는 일을 많이 한다.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진 환자는 풍선을 활용해 혈관을 넓히고 스텐트를 넣는 시술도 한다. 부풀어오른 대동맥류를 작게 하는 치료도 한다. 간암 환자 혈관을 막고 항암제를 넣거나 고주파로 간암을 태우는 열치료도 인터벤션으로 할 수 있다. 정맥으로 항암제, 항생제, 영양제 등을 장시간 투여해야 하는 환자는 혈관이 손상되는 일이 많다. 초음파로 주사제 주입관인 케모포트를 만드는 시술도 한다. 신장 기능이 나빠 투석이 필요한 환자는 투석을 위한 혈관이 잘 막히는데 이는 수술보다 인터벤션으로 많이 치료하는 추세다.”
▷인터벤션 독립 병원도 가능할 것 같은데.
“미국에는 두세 곳 정도 개원한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의사가 있다. 주변 혈관을 막아 자궁근종을 치료하는 일을 주로 한다. 국내에는 아직 개원한 의사가 없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에서 의사들의 요청을 받아 환자 치료를 돕는 일이 많다. 신장질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신장내과 의료진이 투석 여부를 결정한다. 환자 컨디션에 따라 복막투석을 하기로 결정하면 인터벤션 쪽으로 의뢰한다. 이후 관이 막히고 위치가 바뀌었다고 의뢰가 오면 막힌 부분을 뚫어주고 잘못된 위치를 교정해준다.”
▷영상이나 기기 발전의 영향을 많이 받겠다.
“1990년대만 해도 심장, 동맥을 CT로 찍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계가 좋아져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볼 수 있다. 동맥, 정맥뿐 아니라 근육 이상도 보인다. 간암이 있으면 예전에는 배를 열고 만져봐야 치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CT, MRI를 찍으면 좌표가 바로 나온다. 몇 ㎝ 들어가야 암이 있고 혈관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들어가야 다른 혈관을 건드리지 않는지 등을 바로 알 수 있다. ”
▷수술보다는 환자 부담이 적겠다.
“전신 마취하지 않고 크게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친 혈관을 막으면 출혈도 줄여 수혈도 적게 할 수 있다. 여러 혈관이 망가진 외상환자 치료에는 꼭 필요한 존재다. 응급환자나 투석환자 치료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1년 365일 가동된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나.
“전립샘 비대증 환자를 수술 대신 치료하는 방법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동맥을 막아 줄이는 방식이다. 무릎 관절염 환자는 관절로 가는 비정상적 혈관을 특정한 약제로 막아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신의료기술 인정을 받으면 통증 인터벤션이라는 새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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