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진출 러시
줄기세포 배양액 등
항노화 성분 활용한 화장품 출시 봇물
[ 임락근 기자 ]
화장품이 의약품과의 경계가 흐릿해질 정도로 기능성을 강화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제약사가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갈고 닦은 연구개발(R&D) 역량을 기반으로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항노화뿐만 아니라 여드름, 홍조 등 피부 트러블 개선 등으로 코스메슈티컬 제품의 적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각광받는 줄기세포 화장품
코스메슈티컬 제품의 키워드로 ‘줄기세포’가 떠오르고 있다. 줄기세포 배양액에서 추출한 성분이 피부 재생을 도와 노화를 방지하는 항노화 기능성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다. 국내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출시한 메디포스트의 줄기세포 배양액 기반 화장품 브랜드 ‘셀피움’은 2015년 출시 이후 해마다 매출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메디포스트의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214.3%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줄기세포 치료제 시판 허가를 받은 파미셀, 안트로젠, 코아스템 모두 줄기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화장품을 시장에 내놨다. 메디포스트와 마찬가지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배양액에 피부 재생 효과가 있는 성분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제품이다.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기업 테고사이언스도 피부 줄기세포 배양액 기반의 화장품 브랜드 ‘액트 원 씬 파이브’를 출시했다.
국내 피부과 시장 처방약 1위 동구바이오제약도 줄기세포 배양액을 활용한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셀블룸’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중국 업체에 4년간 5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줄기세포 전문 벤처기업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해 동화약품과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화장품 개발을 위한 조인트 벤처기업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코스온과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합작법인 ‘라보셀’을 설립했다. 차병원그룹의 차바이오F&C는 올 상반기까지 특허 기술이 접목된 피부조직줄기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화장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제약사 공세에 화장품업계도 긴장
제약사들의 코스메슈티컬 시장 진출은 전부터 시작됐지만 신규 진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유한양행은 뷰티·헬스 전문 자회사 유한필리아를 설립하면서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아용 스킨케어 브랜드 ‘리틀마마’를 선보였다. 일동제약, 동국제약, 대웅제약 등 국내 대표 제약사들이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데다 업계 1위 제약사까지 진출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나이벡, 씨트리 등 코스메슈티컬 사업을 하고 있는 바이오기업은 18개 이상이다. 줄기세포 치료제, 펩타이드 치료제 등 전공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화장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진입, 판매허가 등이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의약품에 비해 화장품은 비교적 시장 진입이나 상품화가 쉽다”며 “코스메슈티컬 사업을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삼아 의약품 개발을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제약사의 공세에 화장품업계도 코스메슈티컬 사업 강화에 나섰다. 기능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컬뷰티 전문 자회사 에스트라는 지난달 필러 브랜드 ‘클레비엘’을 파마리서치프로덕트에 매각하고 병·의원을 기반으로 하는 메디컬 뷰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CNP 차앤박화장품, CNP Rx, 케어존, 더마리프트 등 기존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4종에 더해 지난해 11월 인수한 태극제약에서 신규 브랜드를 출시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코스메슈티컬 시장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항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320억달러(약 35조원)였던 세계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지난해 470억달러(약 5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화장품 시장 대비 약 25% 빠른 속도의 성장세다. 이 가운데 국내 시장 규모는 5000억원가량이다.
치료제 개발 기술을 보유한 제약사가 화장품을 생산하면 효과가 더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한다. 식약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 의약품 원료로 등록된 성분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노인 인구 증가는 노화 방지 제품의 수요 증가와 정비례한다”며 “코스메슈티컬을 포함한 글로벌 항노화 시장은 2015년 1403억달러(약 151조원)에서 2021년 2165억달러(약 234조원)로 연평균 증가율 7.5%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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