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자제’ 5대 분야는 무인이동체, ICT융합, 바이오헬스, 신소재·에너지신산업, 신서비스 등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첨단 분야에서라도 감사 활동을 자제해 “감사원 때문에 소극 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불식시켜 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특정 분야에 한정했지만, 감사 자제를 공개 선언한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행정이다.
하지만 행정의 수요자인 기업이나 개인 입장에서 보면 규제행정이나 소극행정에 대한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감사 자제 선언’ 자체가 자의적, 시혜적 행정 조치가 될 수 있다. 감사원이 각종 감사에 나서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법과 규정에 따른 행정 행위다. 법규에 있으면 내키지 않아도 감사는 해야 하는 것이고, 근거가 없다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야 정당한 감사다. 감사를 자제해야 할 분야가 있다면 아예 감사제외 규정을 명문화하고, 그에 맞춰 관련 행정도 정비하는 게 맞다. 이런 행정개혁, 규제타파는 범정부 차원에서 시도돼야 효과적이다.
감사 자제 분야를 5개 신산업으로 특정한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신산업 쪽의 특수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적극 행정을 유도해내야 할 분야는 널렸다. 자제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것도 적극 행정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도움 될지 의문이다.
적극행정면책 제도의 정착이야말로 감사원 의지가 중요하다. 제도화도 잘 돼 있고 역대 정부 감사원도 여러 번 밝혔던 방침이지만 성과가 미미하다. 2014년 이후 면책신청 중 처리된 103건에서 실제 면책된 것은 9건에 불과한 실적이 말해준다. 면책 인용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일선 공무원들이 민원업무에 좀 더 적극 나서게 된다.
‘특정 분야에 한해, 특정 기간만’ 감사를 자제하는 식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봐야 한다. 감사를 할 수밖에 없는 행정행위 중 불필요한 것부터 과감히 가려내보기 바란다. 행정개혁과 규제철폐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근본 요인을 제거해두면 감사원 스스로 과잉감사니 중복감사니 하는 불필요한 비판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부처 행정이 꼭 할 일만 규정해두는 네거티브 시스템과 일몰제 같은 원칙에 기반하고 있는지도 감사원이 평가할 수 있으면 좋다. 감사원이 시야를 좀 더 넓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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